21장. 퇴고시 체크해야할 6가지 사항

퇴고시 주의사항

by 뭉게 뭉게

글을 다 썼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
진짜 시작은, 퇴고다.

퇴고는 ‘다시 생각하고, 다시 읽는 일’이다.
내가 쓴 글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글이 나에게 다른 길을 보여주면서 나의 허점을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퇴고는 글을 쓰자마자 바로 보는 것보다
조금 떨어져서 보는 게 좋다.
일주일 정도는 글을 그냥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일상을 살다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을 때,
그때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게 좋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보면 처음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이 글을 쓰고자 했던 ‘원래 목적’과 여전히 맞는지,
괜히 감정 과잉으로 치우친 문장은 없는지,
문맥에서 튀거나 뜬금없는 대목은 없는지 등이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럼 퇴고를 할 때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나도 잘 몰라서, 글쓰기 책과 유튜브,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표현은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다시 정리해본다.


1. 문장의 진심을 점검한다


퇴고의 첫 단계는 맞춤법이 아니다.
먼저, 이 문장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멋을 부린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 어색해지고,
진심이 담긴 문장은 오래 남는다.
잠깐 멋있어 보이는 말보다,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말이 더 중요하다.

퇴고할 때는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직도 이 문장이 나에게 그리고 이글에 어울리는가?”
“지금의 나도 이 말에 책임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은 다시 고쳐야 한다.


2. 독자의 느낌으로 소리 내어 읽어본다


퇴고는 쓰는 일이 아니라, 읽는 훈련이다.
‘내가 감동받았는가’보다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입이 자꾸 걸리는 문장은 마음도 걸리는 문장이다.
그런 곳에는 대개 불필요한 단어, 애매한 표현, 길게 늘어진 문장이 숨어 있다.

또 소리 내어 읽으면 눈으로만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호흡이 너무 길어 숨이 찬 문장,
리듬이 끊겨버리는 어색한 문장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내 글을 내가 읽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처음 보는 독자가 읽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좋다.
반드시 한 번은 소리 내어, 끝까지 읽어보자.


3. 불필요한 말을 덜어낸다


좋은 문장은 덧붙이는 과정이 아니라,
덜어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즉, 더하기보다 빼기가 더 중요하다.
‘사실은’, ‘어쩌면’, ‘정말로’ 같은 완충어들을 먼저 지워본다.
처음엔 문장이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곧 단단한 리듬이 드러난다.

퇴고는 결국 비움의 기술이다.


“완벽이란 더 보탤 것이 아니라, 더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 생텍쥐페리


글을 쓰다 보면, 주제와 조금 비껴가지만
왠지 하고 싶은 말이 마구 떠오를 때가 있다.
“그래, 이 에피소드를 넣으면 독자들이 더 좋아하겠지”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덧붙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나 퇴고는 다시 한 번 묻는 시간이다.
이 말이 정말 꼭 필요한가.
이 에피소드는 글 전체의 흐름에 도움이 되는가.
혹시 나만 좋아하는, 나만 신난 이야기는 아닌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렵다면,
그 문장은 덜어내는 편이 낫다.


4. 감정의 온도를 맞춘다


감정이 과하면 글이 무겁고,
감정이 빠지면 글이 메마르다.
퇴고는 이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

어떤 글은 감정이 폭발했을 때 썼을 수 있다.
분노, 억울함, 서운함이 그대로 묻어 나와서
다시 읽으면 나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글은 반대로 너무 드라이하게,
보고서처럼 객관적으로만 썼을 수도 있다.
정보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문단마다 감정의 온도를 한 번씩 점검해본다.
이야기의 흐름과 맞는 감정인지,
너무 과잉이거나 너무 식어버린 부분은 없는지 살펴본다.

감정의 온도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맞춰지면,
글 전체의 분위기도 훨씬 안정된다.


5. 글의 구조를 점검한다


각 장 마다 ‘핵심 한 줄’을 뽑아본다.
그 한 줄이 자연스럽게 그 장의 이야기를 대변한다면
글의 뼈대는 이미 어느 정도 탄탄한 것이다.


좋은 글은 감정만으로 서 있지 않는다.
감정은 살이고, 구조는 뼈대다.
뼈대가 있어야 감정도 제자리를 찾는다.

이번 장에서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한 줄이 이 글의 중심이다.

그리고 그 중심을 위해
각 문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해보자.
앞 문단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다음 문단은 그 질문에 답하고 있는지,
중간에 엉뚱한 길로 빠진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6. 인용과 출처를 점검한다


내가 어디선가 들은 문장,
어디선가 본 표현을 무심코 가져와 쓰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특히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내 마음속에 “이 문장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싶은 문장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한 번쯤은 출처를 찾아보자.
사소해 보이는 문장 하나라도,
인용이라면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기해두는 편이 좋다.

인용을 제대로 남겨두면,
나중에 다시 글을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그때의 나를 움직였던 책, 사람, 문장들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작은 발자국이 되기 때문이다.

또, 혹 내글을 출판하게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실전 퇴고 체크리스트>

1. 진심 — 이 문장은 정말 내 말인가.

2. 명료성 —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자연스러운가.

3. 삭제 — 주제와 상관없는, 나만 신난 말은 없는가.

4. 온도 — 감정이 과하거나, 너무 식어 있지는 않은가.

5. 구조 — 문단별 핵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6.인용 — 인용한 문장이 있다면 출처를 표기했는가.


퇴고는 초고보다 훨씬 많은 집중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문장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정리된다.

퇴고는 기술이자 태도다.
글을 고치는 동안,
그 문장을 썼던 나 또한 조금씩 다듬어진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기술로서의 퇴고’가 아닌
‘마음으로서의 퇴고’를 이야기하려 한다.

문장을 고치는 시간이 아니라,
그 문장을 썼던 ‘나’를 이해하는 시간.
글을 고치는 손끝에서,
나라는 사람의 온도도 함께 드러나는 순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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