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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Jul 15. 2024

아내가 자신을 '미어캣'이라고 하네요.

'너와 나'의 또 다른 차원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새벽 다섯 반이면 우리는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나눈다.

하늘을 연신 살피며 진한 커피 한잔으로 말없이 마음을  집을 나선.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택배 하러 나서는 리의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는다.

경쾌하고 신나는 곡들을 신경 써서 선곡해서 준비한 나는 출근하는 동안 아내에게 들려준다.   


'Prep'의 경쾌한 리듬과 ' 말리'신나는 레게 악들이 차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아내는 어깨춤을, 운전대를 잡은 나는 흥겨운 고갯짓으로 바탕 포터 안 좁디좁은 콘서트를 즐긴다.


그래 장마야, 비바람아 올 테며 와봐라. 

까짓것. 기꺼이 상대해 주겠노라는 기도 겹기만 하다.


택배를 하면서 우리는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보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택배차 '포리'를 타고 가면서 차창을 스치는 같은 들을 가슴에 담고는,  나란히 서서 레일을 타고 흘러오는 크고 작은 짐들을 바라며 일한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상을 호흡하는 우리정말 잉꼬 같이 환상적인  아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우리는 '시소부부'다.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야만 하는 그런 '현실부부'다.

  

나는 감성적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인 성향인데 반해서

아내는 현실적이고 소심하고 낯선 환경을 지극히 싫어하는 유형이다.

 

부부로 함께 살아오면서 기분 좋은 의견일치로 어떤 일을 결정해 본 기억이 의 없다.

성격 유형도 틀리고 서로 화하는 스타일도 참 많이 틀리다.


내는 '천방지축'형 대화법을 선호한다. 주제가 수시로 바뀐다. 대화에 두서가 없다.

말머리는 수시로 전환되다가 다시 한참 이전 주제의 꼬리로 가 철썩 붙는다.

정신이 없어진 나는 "대화내용을 다기억하냐"는 물음에 "당연히 그렇다"라대답이 냉큼 되돌아온다. 


참 신기한 것은 여자들끼리 대화 모습이다. 주제변환이 가 막히다. 급격하게 꺾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지는  곁에서 지켜보노라면 남자인 나는 그저 탄을 금치 못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분명히 한 차원 더 도화로 진화된 존재임은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난 아내와 대화를 나눌 때면 대화의 줄기를 따라잡는 것을 겸허히 포기. 그냥 가만히 듣는다. 그러면 칭찬이라도 듣는다.

울 남편이 나이가 들더니 아내를 존중할 줄 안다나 어쨌다나.

 

칭찬은 들어서 나쁠 것이 없기에 그냥 편하게 듣는 편을 선택한다.

그런데 사실은 아내가 말하는 게 더 재밌기는 하다.

내가 말하는 것은 내가 들어도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대화를 하는 동안 생기가 도는 아내의 두 눈과 얼굴에 퍼지는 미소가 참 좋다.

대화내용이 어떠하 간에 아내의 양한 표정과 목소리를 보고 듣노라면  즐겁고 행복하다.



 

'빅터 프랭클'박사에게 새벽 세시에  여자에게서 긴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자살을 결심했는데 박사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녀와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결국 자살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그녀를 만난 '빅터 프랭클' 박사는 자신이 그녀에게 제시했던 해결책 중 그 어떤 것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자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단 하나의 이유는 한밤중에 수면을 방해받았다며 화를 내지 않고 30분 동안 참을성 있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따라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운명보다 더 강한 것은 그것을 견디는 용기이다."


강제수용소에서 자살한 여자의 유품 속에서 나온 그녀가 쓴 쪽지 글이다.

그녀는 삶의 지혜를 지니고 있었지만 자신의 생명을 버렸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사람의 따스한 손길이 없으면 지혜도 별 의미가 없다."라고 말한다.


람이 지닌 '지혜'가 빛을 내려면 바로 곁에 있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마주하는 사람들이 상대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존재의 의미'가 한없이 빛난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란 '나'라는 차원을 넘어선 '너와 나'라는 또 다른 차원의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갈수록 나는 진하게 느끼곤 한다.




아내는 스스로를 '미어캣'이라고 평가했다.

늘 남편을 살피고, 시댁을 살피고, 이제는 가족의 안전을 살피는 자신의 모습이 꼭 '미어캣'을 닮았노라고 말했다.


두 발로 서서 맹금류 등 천적을 경계하며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미어캣'은 집단적 유대감이 무척이나 강하다고 한다.  이런 예민한 '미어캣'의 경계심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는 못된 녀석이 야생세계에서도 존재했다.


'바람까마귀'는 '미어캣'에게 한두 번은 천적이 나타났다는 제대로 된 위험신호를 알려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거짓된 위기경보를 울리고는 달아난 '미어캣'의 먹이를 빼앗아 간다고 한다. 녀석은 자신의 전체 식사량의 20%에 해당하는 먹이를 그렇게 탈취한다고 한다.


퇴근하고 지쳐서 돌아오는 나를 아내는 늘 살폈다. 부부라고 하지만 30,40대의 젊은 가장시절을 우리는 서로 격리된 삶을 살았다.  남편, 시댁, 가족을 살피느라 아내는 '미어캣'처럼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아내의 '미어캣' 본능을 '바람까마귀'처럼 이기적으로 이용해 먹으며 살아온 나쁜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자책도 든다.


철저하게 내가 중심인 우주 공간 속으로 아내를 불러들여 내 주위를 맴도는 위성처럼 아내를 대해왔다는 그런 자책 말이다.




아내는 나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나를 넘어서 너에게 다가서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를 맛보게 해 준 그런 사람이다.


나와 다른 점이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늘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

그래서 고맙고 늘 가슴이 짠하다.


내가 쓰는 글이, 듣는 음악이, 그리고 내 가슴을 떨리게 했던 글귀들이

이제는 아내에게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이제는 혼자는 싫다.

그렇다고 둘이 되는 것도 싫다.

둘이 이제 하나가 되는 순간들 즐기고 함께 느끼고 싶다.


오늘도 아내는 '미어캣'처럼 남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주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끝으로 '미어캣'은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공격적이고 흉폭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서열동물이라서 서열인식이 파괴되면 바로잡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요즘 내가 아내 곁에 서서 열심히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것이'사랑'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는 더 이상 밝힐 수 없음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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