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삼촌 Jul 25. 2024

엄마생각

삶의 의미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렇게 다가왔다.

한참 저녁 드라마에 빠져있어야 할 시간인데 우리 안방마님이 안보이신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아내는 침실방구석의 화장대에서 통화 중이었다. 최근 꽤나 지명도 있는 회사의 IT부서로 자리를 옮긴 큰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예상대로 옮긴 직장에서의 첫 적응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의욕적이라서 잘 적응하리라 믿고 있지만, 늦은 시간 엄마를 찾아 이런저런 속마음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니 맘고생을 하고 있나 보다.

  

평소 바쁘다며 전화도 잘 안 한다며 큰아들에게 서운해하던 아내가 좋아하던 드라마가 다 끝나가도록 침실방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다닐 때가 참 행복했었다는 큰아들의 말이 두고두고 어미의 가슴에 맴돌며 아프게 다.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고서야 엄마가 해주는 밥과 손길의 의미가 온전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그것이 느껴질 만큼 큰아들이 세상살이가 녹록하지 않음을 제대로 겪는다는 사실 엄마는 밤새 잠자리를 뒤척인다.


품을 떠난 자식은 자식대로

품 안의 자식은 자식대로  졸이는 근심이 된다. 때론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이는 순간들을 긴 한숨으로 참고 지켜봐야 하는 엄마로 살면서 아내는 엄마가 자꾸만 각이 난다고 했다.

 

아이들을 키울 때 지금 우리 나이의 장모님이 자주 오셔서 돌봐주셨다. 아내는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의 심정이 가만히 짚어지면서 자꾸만 엄마 생각이 난다고 했다. 엄마처럼은 못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내는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를 닮아만 간다.

 

삶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지만,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변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후이다.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밤새워 작성한 계획안을 토시하나, 첨부되는 자료규격까지도 따지며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상사 때문에 신입시절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직장생활을 하며 마주친 이런저런 상사들의 모습은 고스란히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훗날 상사위치에 섰을 때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시련도 사람을 더 나은 존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가치가 생겨난다.

삶의 의미란 그때와 당시에는 결코 알 수도 없고 와닿지도 않는다. 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빗장을 열고  의미를 풀어낸다.


엄마가 되어 갈수록 뒤늦은 엄마의 의미에 힘겨워하는 아내가 애처롭다.

그런 아내의 곁에서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어깨를 내어줄 뿐이다.


우리는 오십이 넘어 택배가족으로 또 다른 삶의 여정길에 나섰다.

지금 겪는 힘겨움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가 상승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온다. 


우리의 또 다른 삶의 의미들이 그렇게 오며 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가 자신을 '미어캣'이라고 하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