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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삼촌 Jul 28. 2024

Wonderful Life 019

<시민의 불복종/헨리 데이비드 소로>, <플루토크라트/크리스티 프릴랜드>


그가 갇혔다.

홀로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던 '헨리 소로우'는 어느 날 구두를 고치러 마을에 갔다가 붙들려 감옥에 수감된다.


 6년간 '인두세' 납부를 거부 때문이다. 미국정부가 흑인 노예제도를 계속 용납하고, 그 해(1846년)에 영토확장을 위해 멕시코 전쟁까지 일으켰기 때문에 개인적 신을 담은 의였다.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는 의로운 사람이 있을 곳은 역시 감옥이다."


단 하루불과한 감옥생활을 하고 나왔지만 소로우는 자신의 시각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전과 크게 름을 자각한다. 

  

사람들은 올바른 일을 하려고 크게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그들이 가진 편견과 미신에 의지해 서로 우리와 저들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에만 골몰할 뿐, 인류애를 위해서는 그 어떠한 손해나 위험한 일을 할 의지는 전혀 없었다.

가끔 별 쓸모없는 형식적이고도 구색을 갖추기 위한 의를 베 살아갈 뿐이었다.


개인적 '안위' 외에는 철저하게 무관심한 삶.

부당함 앞에서 깊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거대한 힘 앞에서 자유할 권리를 포기한 채

스스로를 가둔  살아가고 있었다. 


감옥을 나선 소로우가

사람들이 감옥 밖에서 살고 있지만 닫힌 감옥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은 지 200여 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갇힌 '플랫폼 세상' 속에서 삶을 살다.


살기 위한 장바구니 물가와 유류값은 우리같이 '침묵하는 다수'의 의향과는 전혀 상관없이 치솟는다.

그저 낭비하고 많이 벌줄 모르는 제 못난 탓만 할 뿐 그저 줄이고 허리를 조이며 상황에 적응하려 애쓸 뿐이다.

       

침묵. 묵묵부답. 순응.

택배기사처럼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덕목처럼  요구되는 항목이다.

   

택배를 오래 할수록 점점 말이 없어진다.

말을 해봐야 들어줄 리도 없고 오히려 모진 갑질만 당하는 고통뿐임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억울하고 분해도 부당한 고용자의 지시나 고객의 억지 앞에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다.


번듯한 회사에 입사한 아들도 침묵을 강요받기는 매양 마찬가지다.

경영주나 상사의 비합리적인 지시는 물론이고 숨겨진 의향조차 파악해서 순응해야 하는 "갑질문화"가 만연한 닫힌 세상 속에서 '침묵'과 '순응'을 바탕으로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발적으로 취업을 하지 않는 20대가 48만 명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들은 거대한 감옥같이 닫힌 세상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끝내 버티고 저항하는 이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젊고 상처 입은 '저항자'나 '희생양'들은 아닐까.


'플루토크라트(Plutocrat)'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등장한 또 다른 거대한 야수와 같은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플루토크라트'(Plutocrat/부유층을 의미)라 불리는 오늘날의 새로운 슈퍼엘리트 계층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런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등이 연상되는 그들은 과거의 부자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유형의 존재들이다.


이들은 '세계화'와 '기술혁명'을 통해서 자신들의 부를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그들은 수적으로 아주 적지만 소득과 소비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부유한 소비자들이다. 이들을 심층 분석한 기자출신의 작가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는 이들의 놀라운 특징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고국에 있는 동포들이 아니라 자신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동료 부자들과 국경을 뛰어넘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홍콩, 모스크바, 뭄바이 등 어디서 살든 간에 오늘날의 갑부들은 계속해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플루토크라트/p26>


그녀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세금과 같은 재분배정책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오직 자신들의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에만 전력을 다한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그들만의 관심사를 쫏아 그들만의 닫힌 거대한 공동체 왕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고발한다.

                                                                   

청바지와 열린 사무실공간으로 치장된 "혁신"과 "유연(Flexible)"을 강조하며 내세우지만

오늘날의 슈퍼엘리트들은 '플랫폼'세상, 즉 철저하게 닫힌 사회경제 시스템을 추구한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세상의 작은 들을 깡그리 닫힌 '플랫폼 세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안에서는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열심히 일하고 혁신한 결과의 열매는 묘하게도 부자들에게만 흘러들어 가면서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그들이 가격을 올리든 어떠한 약관변경도 그들의 소관이지 플랫폼에 갇힌 대다수는 침묵으로 일관하면 된다.


그저 욕구에 따라 스마트폰 터치를 하고 하루 만에 날아오는 상품들을 소비하며 살면 된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는 이미 부자와 그 나머지 존재들, 거대한 두 블록으로 갈라진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며 오랜 과거의 비극적인 <황금의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14세기초 베네치아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아름다운 해양도시였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채 광활하게 펼쳐진 지중해처럼 베네치아는 온 세상에 열려 있었다.

해상중계무역으로 베네치아로 수많은 권력과 돈,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번영의 절정의 시기에 베네치아의 슈퍼엘리트들은 귀족의 공식 명부인 <황금의 책>을 작성하고 지배계층을 제한한다. 폐쇄적인 지배정책으로 바꾼 그들은 사실은 열린 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들의 정치적인 '폐쇄'는 경제적인 '폐쇄'로 이어진다. 기득권층을 위한 철저한 '독점'은 새로운 기업과 노동자의 유입을 차단했고 결국, 다른 유럽도시들이 성장을 가속화하던 17, 18세기에 한때 최고의 부자도시였던 베네치아는 계속 위축되어 갔다.

  

착취적인 '가'와 '기업'은 사회 전체로부터 가능한 많은 이익을 뽑아내고 자신의 권력을, 특권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힘없는 개인으로 살아야 하는 숙명 앞에서

소로우 역시 이런저런 회의에 빠졌나 보다.


"나는 왜 압도적인 야수 같은 힘과 대립하려 하는가?"

"남들처럼 조용히 순응하지 않고 불길 속에 머리를 들이미는 무모한 저항을 하려는가?"


하지만 소로우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위대하고도 역사적인 선언을 기롭게 내뱉는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시민불복종/p51>




가수 '케이티 루아'가 <Wonderful Life>를 부른다.

가사 속 주인공은 갈매기가 날고 푸른 바닷가로 마냥 향했다.


머릿결 가득 햇살을 담고 바다를 바라보며 불공평함을 느낀다.

이곳을 향한 자신은 이토록 분노로 이글거리며 머리는 열기로 지끈거리고,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속엔 하나 가득 미움으로 소용돌이치건만,

갈매기가 나는 푸른 하늘과 광활한 바다는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It's a Wonderful, Wonderful Life.

이리 멋지고 아름다운 삶인걸. 


No need to laugh and Cry.

웃지 않아도 울지 않아도 


It's a Wonderful, Wonderful Life.

이리 멋지고 아름다운 삶인걸.


No need to Run and Hide.

도망치거나 숨을 필요 없어. 


It's a Wonderful, Wonderful Life.

이리 멋지고 아름다운 삶인걸.



작은 것들은 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참하게 제압당하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삶의 아름다움을 포기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꿈꾸며 발끈하며 저항했던 200년 전 소로우의 오기 어린 투쟁심이 필 까닭이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작은 것들의 유쾌한 반란.

그것이 세상을 등지고 외딴 산속에서 사회부적응자처럼 살아가던 '자연인' 소로우를 분노하며 저항하게 만든 강력한 이유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마침내 모든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할 수 있고 개인을 한 이웃으로 존경할 수 있는 국가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가져본다. <시민의 불복종/ P68,69>



스무 살 때 마음이 힘들 때마다 바라보던 바다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말없이 한없는 위안과 평온함을 줬던 그 바다가.


택배기사는 '케이티'의 <Wonderful Life>를 들으며 리듬에 가만히 몸을 내맡긴다.

소로우의 매이지 않는 자유를,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내 방식대로 숨을 쉬며 내 방식대로 살아갈

아름다운 삶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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