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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번째 글

125일째의 기적, 나와의 약속이 만든 선물



하루 한 장씩, 그저 작은 다짐으로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 큰 선물이 되어 돌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125일 전 "매일 글 한 편씩 써보자"라고 혼자 중얼거렸던 그 순간이, 지금 출판사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이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니. 인생이란 참 신기합니다.

처음엔 정말 그냥 일기 같았어요. 별것 아닌 일상을 끄적이고, 때로는 쓸 말이 없어서 빈 화면만 바라보던 날들도 있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곰이 백일을 견뎌 인간이 되었다는 옛이야기처럼, 저도 매일매일을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100편이 완성되어 있었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남편은 "팔리지도 않을 책"이라며 시큰둥하지만, 저는 알아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요. 돈을 떠나서, 제 글이 책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샘플책을 받아 든 순간의 그 떨림, 진짜 작가가 된 듯한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출판사에서 다음 책 테마까지 말씀해 주시는데, 그 말을 들으니 온몸에 자극이 팍팍 전해졌어요. 아, 이게 바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구나 싶었습니다. 매일 한 편씩 쓰던 그 습관이, 이제는 진짜 작가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물론 앞으로 퇴고라는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요. 글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시간들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125일을 견뎌낸 제가, 그 시간들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서 이런 큰 기쁨을 만들어냈네요. 매일매일이 쌓여서 기적이 되었습니다. 작가가 마지막 알바가 되었으면 좋겠다던 바람이, 이제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글쓰기가 이렇게 재미있어질 줄 정말 몰랐어요. 125일 전의 저에게 고맙다고,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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