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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속으로 뛰어든 하루

폭우 속에서 시작된 예상치 못한 모험


2025 정조효 문화제 퍼레이드 체험기


아침부터 하늘이 요란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정신이 없었다. 8시 30분 모임? 취소! 10시 30분 동사무소 집합으로 급변경. 이런 날씨에 축제가 제대로 될까 싶었지만, 동사무소로 향했다.

김밥, 바나나 한 개, 물 한 병을 받아 들고 차에 올랐다. 11시 반, 안녕 초등학교로 출발.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 하늘이 과연 우리 편이 될지 의심스러웠다.

7km에서 1.7km로... 이게 행운일까?

원래 계획은 7km 대장정이었다. 한복을 입고 7km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런데 비 덕분에 안녕초에서 축제길까지 1.7km 행렬로 단축됐다.

"이게 행운인 걸까?"

솔직히 마음 한편으론 안도했다. 특히 동장님이 전화로 "아씨, 한복이 있는데 입으시는 게 어떠냐"라고 하셨을 때, 그 '불편한' 한복을 입고 7km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다리가 후들거렸으니까.


새색시 한복 vs 농민 아낙네 의상

다른 분들은 농민 아낙네 의상이라고 하더니, 내가 입은 건 "이쁜 한복"이라고들 했다.

알고 보니 새색시 결혼 한복이었다! 평민복은 대여하고, 이쁜 한복은... 뭔가 특별 대우받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놀랐다. 수원이라 행사가 겹쳐서 한복 대여도 쉽지 않아 천안까지 가서 대여해 왔다는 것. 공무원분들이 밤새 신경 쓰며 준비하시는 모습을 잠깐 보기만 했는데도,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치밀하고 정성스러운지 새삼 느꼈다.

"이렇게 공무원이 열심히 준비하는 줄 누가 알겠어?"


구경꾼에서 주인공으로

매번 수원 행렬 때 구경만 하다가, 이번엔 내가 직접 한복을 입고 손을 흔들며 행렬에 참여했다.

유명인이 된 듯한 기쁨이 이런 건가? 지나가는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주시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시민들의 따뜻한 인사와 박수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보는 축제에서 즐기는 축제로, 이 변화가 이렇게 극적일 줄이야.


동탄1동의 인기 비결

우리 동탄1동은 수레에 수향미 쌀을 끌고, 한복을 입고 떡을 나눠주는 이벤트로 대박이었다.

떡 때문인지 인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니 쉽지 않았다.

의상 대여비가 한 벌에 2만 원이 넘고, 떡값 등으로 벌써 백만 원은 지출했다고 한다.

상금이 백만 원, 이백만 원, 삼백만 원인데... 상을 받아야 본전이겠다 싶었다.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하루

나는 시민 모니터링용 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쭉 둘러봤다.

알바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일석이조였다.

카메라 렌즈로 보는 축제 현장은 또 다른 재미였다.

참가자의 입장에서, 또 모니터링하는 입장에서 동시에 축제를 경험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대상의 달콤함

1시부터 비가 그쳐서 완벽하게 멋진 퍼레이드를 마쳤다. 식권을 들고 식당에 갔는데, 퍼레이드 끝나고 그 많은 인파가 식당으로 몰리면서 줄을 서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상식!

"동탄1동, 대상!"

우리가 대상을 받았다! 이 보상받는 기쁨이라니. 천안까지 가서 한복을 대여해 오고, 밤새 준비하고, 떡을 준비하고...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축제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셔틀을 타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축제 뒤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의상 대여에서 사람 섭외까지 모든 일을 밤새 준비하는 사람들. 비가 와서 계획이 바뀌어도 차분히 대응하는 사람들.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챙기는 사람들.

보는 축제에서 즐기는 축제로, 직접 참여한 이번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모니터링 알바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하루에, 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보너스까지!

다음 축제 때도 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도 축제를 만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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