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인 확인 필수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식탁 위에 꽃 박스가 놓여 있었다.
'뭐지?'
박스를 열어보니 꽃바구니. 그런데 이게 왠지... 별로 싱싱해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이 돌아갔다. 오늘이 며칠이지? 결혼기념일이 사흘 전이었는데?
아, 짜증이 확 밀려왔다.
3일 지나서 도착한 꽃. 게다가 이미 생기를 잃어가는 듯한 모습. 이게 뭐람.
요즘 당근에 가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가 올라오는 걸 볼 때마다 생각했었다.
'선물 받은 의미 있는 꽃을 돈 받고 판다고?' 선물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어 속으로 혀를 찼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거다.
나도 팔고 싶다, 이거.
먹지도 못하는 것, 금방 시드는 것. 차라리 현금으로 주지.
아니 나랑 산 세월이 20년이 넘는데, 아직도 내 취향을 모른단 말이야?
나는 흙이 들어 있는 생화만 산다.
오래 볼 수 있도록 화분에 심어진 서양난 같은 것, 몇 달씩 가는 그런 꽃을 좋아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씩씩거리며 박스를 뒤적거리는데, 안쪽에 회사 로고가 보였다.
'아, 거래처에서 보낸 건가? 회사에서 화분 보내는 단골 꽃집이 있는데 거기서 보낸 거겠지.'
그런데 바구니 속에서 뭔가 만년필이 하나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그제야 카드를 꺼내봤다.
수신인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 남편한테 온 꽃바구니였다.
아. < future leader에 선정되었다고>
그렇지.
그럼 그렇지.
"네가 꽃을 살 인간이냐?"
이렇게 또 22년의 결혼기념일이 지나갔다.
꽃도 없이. 카드도 없이.
그저 평범한 수요일처럼.
너는 회사에서 보상받고 있는데
난 집에서 천대받고 있구나!
집에선 <outdated follower >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