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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인생수업 07화

질경이처럼

브런치 작가들에게 보내는


길가에 핀 질경이 한 포기를 본 적이 있나요?


아침마다 출근길에 밟히고, 아이들 뛰어가며 짓밟히고, 자전거 바퀴에 눌려도

다음 날이면 다시 고개를 든 그 작은 풀을 말입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길 한복판에서, 화려한 꽃들 사이에서도 아니고,

정성스럽게 가꾼 화단에서도 아닌, 그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길 위에서 말이에요.


브런치에 글을 쓰는 우리도 질경이와 닮았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키보드 앞에 앉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우리의 글들.

조회수 10개, 좋아요 2개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고,

며칠 동안 아무 반응이 없으면 '내 글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다른 작가들의 인기글을 보며 부러워하고,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는 글들을 보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한숨짓기도 하죠. 마치 화려한 장미꽃을 부러워하는 질경이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질경이를 다시 보세요.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어 함부로 만질 수 없고, 화려한 꽃들은 예쁘지만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반면 질경이는 어떤가요? 밟혀도 다시 일어서고, 뽑혀도 뿌리가 남아 있으면 다시 자라나고,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더욱 푸르게 돋아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질경이는 꼭 필요한 순간에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길을 걷다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 엄마는 길가의 질경이를 뜯어 상처에 발라주었습니다.

기침이 심할 때는 질경이를 따다가 차로 끓여 마시게 했고, 배탈이 났을 때도 질경이가 약이 되었습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그 흔한 풀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그 무엇보다 귀한 치료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글도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은 조회수가 낮고 좋아요가 적을지 몰라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당신의 글을 읽고

위로받고 있을 수 있어요.

힘든 하루를 보낸 직장인이 퇴근길 지하철에서 당신의 글을 읽고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도 있고, 연애로 상처받은 사람이 당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고

'이 아픔도 지나가겠구나' 하며 희망을 찾을 수도 있어요.


육아로 지친 엄마가 새벽에 당신의 글을 읽고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며 눈물짓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이 당신의 경험담을 읽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 당신의 글은 그 사람에게 질경이 같은 존재가 되는 거예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브런치의 알고리즘은 인기 있는 글을 상위에 노출시키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글은 조회수와 상관없이 그 사람을 찾아갑니다.

검색을 통해서든, 우연한 클릭을 통해서든, 아니면 지인의 공유를 통해서든 말이에요.


질경이가 길가 어디에나 있어서 꼭 필요한 순간에 쉽게 찾을 수 있듯이,

우리의 글도 인터넷 어딘가에 있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장미처럼 화려하게 피지 못한다고 해서, 튤립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우리는 질경이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질경이 말이에요.


계속 써보세요.


매일 아침 키보드 앞에 앉아 한 줄씩 써내려가는 그 시간들이 모여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하는 약초가 될 테니까요.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조회수에 마음 상해하지 말고,


그저 질경이처럼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글을 써나가세요.


어느 날 문득, 댓글 하나가 달릴 거예요.

"이 글 덕분에 힘이 났어요."

"정말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네요."

그 순간 당신은 깨달을 거예요.

내 글이 질경이였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치유의 글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브런치의 수많은 작가들이여, 우리는 모두 질경이입니다.


밟혀도 다시 일어서고, 관심받지 못해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꼭 필요한 순간에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는 질경이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글을 써보세요.


질경이의 질긴 생명력으로, 질경이의 꿋꿋한 의지로, 질경이의 조용한 희망으로.


당신의 글이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줄 그날을 믿으며.


길가에 핀 질경이처럼,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하게.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하게.


우리는 모두 질경이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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