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청소 알바생의 글
고무장갑을 끼고 522호 문을 열었을 때, 나는 한 사람의 마지막 흔적들과 마주했다.
KFC 배달 봉투들이 쓰레기 한 봉지만큼 쌓여 있었다. 기름기가 배어 반투명해진 종이봉투들, 뼈다귀와 남은 양념이 굳어버린 용기들. 그는 이 작은 방에서 정크푸드로 연명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학부모들 앞에서는 그토록 유창했던 언변의 주인이, 홀로 남겨진 이 공간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 하나 챙기지 못했던 것일까.
원장님 말씀이 떠올랐다. "방이 좋다고 그렇게 칭찬하시더라고요. 언변이 참 좋으셨어요."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의 그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운동 사범답게 건강해 보였을 테고, 학생들에게 받은 감사패를 자랑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놓인 현실은 참혹했다. 침대 시트는 언제 갈았는지 모를 정도로 더러웠고, 베개는 냄새가 진동했다. 큰 쓰레기봉투 세 개가 나왔다. 겨울옷들, 생활용품의 껍질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일회용품들.
귀중품은 모두 가져간 채 도망쳤다지만, 정작 남겨진 것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구겨진 영수증들, 며칠 치 밀린 약봉지들, 그리고 구석에서 발견한 감사패 하나.
"열정적인 지도에 감사드립니다 - 00학원 학생 일동"
감사패를 닦아내며 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 그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마음을 담아 만든 이 감사패를 받았을 때, 그의 얼굴에는 분명 진심어린 미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그는 이 좁은 방에서 정크푸드로 끼니를 때우며, 학부모들의 신뢰를 저버릴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까. 경제적 어려움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절박한 사정이 있었을까.
쓰레기봉투를 묶으며 나는 생각했다. 사람의 몰락이란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이렇게 참혹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원장님이 방세를 재촉할 때마다 그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언변 좋던 그 입술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이미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쓰레기봉투를 들고 방을 나서면서, 나는 다시 한 번 522호를 돌아보았다. 이제 텅 빈 이 방에서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벽에 남은 희미한 얼룩들과 바닥의 자국들은 여전히 그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어딘가에 숨어있을까.
고시원 알바생인 나에게 그의 삶은 하루 치 청소 업무일 뿐이었지만, 그 뒤에 숨겨진 한 사람의 무너진 삶을 목격한 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다.
감사패 하나로 기억될 뻔했던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이, 쓰레기봉투 세 개로 남겨진 현실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