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미술공부 가고 가!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발끝이 욱신거린다. 2016년, 평생 한 번뿐일 거라는 절박함으로 무장한 채 그 거대한 미로 속으로 뛰어들었던 나.
"어? 모나리자가 이렇게 작다고?"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드디어 마주한 그 유명한 미소. 그런데 웬걸? 상상했던 거대한 캔버스가 아니라 생각보다 아담한(?) 그림이 방탄유리 뒤에서 신비롭게 미소짓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글바글, 나는 까치발을 세워가며 "이게 그 유명한..."하며 인증샷 한 장 찰칵.
5살 아들과 함께였던 그 여행. 아이는 처음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거대한 조각상들과 화려한 그림들을 바라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언제 나가?" 모드로 전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 보겠다는 욕심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루브르는 너무도 광활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밀로의 비너스 앞에서는 "어머, 팔이 없네"라며 투박한 감상을 남겼다. 각 전시실을 지날 때마다 "이 그림 어디서 봤는데?" 싶은 작품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저 "유명한 그림이구나" 정도의 피상적인 만남이었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아깝다.
만약 그때 미술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보며 프랑스 혁명의 숨결을 느꼈을 것이고,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에서는 권력의 드라마를 읽었을 것이다. 각 작품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 화가들의 애환, 시대적 배경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림 속에서 살아 숨쉬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을 텐데.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와, 크다", "와, 유명하다"를 연발하며 마치 스탬프 투어하듯 후다닥 지나쳤을 뿐. 아들과 함께 전시실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 아파"를 외쳤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도 그 경험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 아닐까?
브런치 작가가 된 지금, 그때의 아쉬움이 오히려 동력이 되었다. "다음엔 제대로 봐야지"라는 다짐으로 미술책을 펼치게 되었고, 작품 하나하나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루브르에서의 그 하루는 분명 아쉬움 투성이였지만, 동시에 내 인생에 작은 씨앗을 심어준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게 된다면, 이번엔 정말 다를 거다. 각 작품 앞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그림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때 좀 더 천천히 걸어볼 걸.
나의 독사진 하나 없네!
지금은 우리가족이 아니라 사진속 멀리있는 그림이 무엇이었나 자세히 보게 된다
이런날이 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