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생수업 09화

저는 브런치 삼수생입니다

한번에 작가 되신분?

작가라는 말을 처음 듣던 날

작가님!
너무나 어색했던 단어

도서관에서 책만들기 수업이 열렸다. 6주동안 책을 쓰는 프로젝트. 공짜로 책을 만들어 주다니! 치열한 경쟁율을 뚫고 수업에 들어왔다.

국문학을 전공한 분, 이미 반 작가이신 분, 항상 도서관 특강일 때마다 만났던 분, 은퇴하신 분...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난 글쓰는 걸 안 좋아해서 예전에 여행 갔을 때 남편이 사진첩을 PDF로 만든 거 그냥 책으로 인쇄해야지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참여해서 내 지인분들도 출판한 프로젝트였다.

강사님은 우릴 벌써 작가님!이라고 호칭하셨다.

난 원고가 없고 그냥 포토북 수준이라 척척 일등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인디자인, 포토샵, 노트북이 준비물인 이 강좌. 처음에는 노트북이 없어 그냥 패스한 강좌였는데, 25년도에는 딸의 노트북이라도 훔쳐서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신청한 수업.

인쇄할 때 여백공간이 없어 PDF를 HWP로 바꿔 여백 조절하고 다시 PDF로 만들고... 표지 디자인도 사진 한 장 넣는 게 내 맘처럼 이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결국 선생님의 편집 마법으로 뚝딱 책이 완성되었다.

두 번째는 글쓰기 수업을 듣고 공동저자로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진짜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브런치와의 만남

강사님이 브런치에 가입하라고 하셨다. 밥 먹는 브런치만 알았지, 작가가 글쓰는 브런치에 내가 가입을 하다니.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뭐 쓰라는 칸이 많은지 대충 쓰고 글 하나를 올렸다.

"오!! 현주님!! 완전 멋지심다. 이거 실화죠????"
"현주님!!! 대박"
"근데 잘 썼는데요???"
"현주님이 놀라워요!!!"
"와 현주님이 언젠가 글을 쓸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고칠수록 좋아지네요!!!"
"현주님 브런치스토리 만들어서 연재하세요!!"

강사님의 칭찬이 쏟아졌다.

"바로 글 올리는 게 아니고 심사 통과해야 올릴 수 있나요?"
"책 낸 것도 올렸죠? 아 그리고 글도 올리고요."
"제목도 잘 짓고요."
"브런치 연재 후에 모아서 책 내면 딱이겠어요."
"현주님 브런치 연락 왔어요? 떨어지면 떨어졌다고 와요."

하루보단 더 걸리려나 봐요. ㅎㅎ


떨어졌네요.


"앗 뭐 잘못 쓴 거 아닐까요?

꼼꼼히 안 읽고 대충 한 줄로 성의 없이 써서.

좀 성의 있게 써요.. ㅎㅎ"

이렇게 강사님의 칭찬과 코치를 잔뜩 받고 난 삼수에 드디어 브런치에 입성했다.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칭찬이 듣고 싶어서 계속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시면 그 과목을 열심히 했던 시절이 그리웠는데,

드디어 50대에 진정한 선생님을 만나 너무 행복했다.


AI와 나 사이

어느 날 갑자기
"이거 혹시 챗지피티로 쓴 거예요?"

"아. 챗지피티 특징적 기호들이 붙어 있어서요. 띄어쓰기도 이제 신경 써서 하고."

글이 너무 잘 써서 AI가 썼냐고 물어보시는 줄 알고 기호 때문이군요! 글 19개 쓰고 책 읽기도 해서 글이 향상된 줄 알고 긴장했네요. ㅎㅎㅎ


요즘은 챗지피티로 동화책도 버튼 몇 개로 동영상도 뚝딱 만드는 시대. 클릭 몇 번으로 컬러링북도 만들어 아마존에 파는 출판이 넘치는 시대.

AI가 인간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시대.

학창 시절 독후감을 친구 걸 베껴 썼던 나.

책 읽는 것도 안 좋아했던 나.


"이거 혹시 챗지피티로 쓴 거예요?"

나의 글이 진짜로 잘써서 믿을 수 없어서 이런 질문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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