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내 머리에 지진을 선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제 인내심을 테스트할 기회를 주셔서요...
국군의 날 행사로 하늘을 낮게 나는 비행기들로 인해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리가 얼마나 크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하늘을 나는 비행기들로 인해 정말 머리에 하늘에 지진이 났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 하늘은 대포나 다름없었습니다. 큰 소리에 짜증이 날만 했지만 잘 참았습니다.
이사하는 날은 서로 빨리빨리 돈을 달라고 하지만, 이삿짐이 나가고 집 상태도 확인해야 하고, 그 와중에 돈도 송금해야 하고, 등등 할 일이 참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날은 예민한 분들이 참 많이 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많이 봤습니다.
하늘은 비행기인지 제트기인지 굉음을 내며 돌아다니고, 내 머리는 각자 자기들 말만 하는 사람들로 인해 지진이 납니다. 도대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만 높입니다. 중간에서 바른 말을 해서 싸움을 붙일 수도 없고, 억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팠습니다. 어쩜 지치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할까요?
앞과 뒤가 있고,
손바닥과 손등이 있고,
안과 밖이 있고,
흰색과 검은색이 있고,
나가는 것과 들어오는 것이 있다.
이사 가면서 아이들의 낙서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입주했는데 크는 과정에서 낙서를 즐긴 자녀가 있었나 봅니다. 하지 말라 해도 엄마, 아빠가 못 보는 곳에 낙서를 했던 아이가 지금은 많이 커서 낙서를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이사 가면서 임대인이 집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임대인은 계약서 내용상
'임차인의 부주의로 인한 파손은 퇴실 시 원상 회복하여야 한다.' 이 특약사항에 따라 벽지 낙서가 너무 많다고 도배를 원하셨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돈이 나가야 하니 임대인과 신경전을 벌이셨습니다. 월세가 아닌 전세인데 하면서 주인이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때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임대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잔금을 받아야 하는 임차인은 답답합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한 번에 오케이 하지 않자 점점 꼭 받아내야겠다는 심산입니다. 이 상황을 어찌할까요?
이삿짐 들여놓고 짐 정리하면서 집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는 고장이 나타납니다. 인터폰에 소리가 나지 않고 화면만 보인답니다. 임대인에게 이사한 날 바로 상황을 알렸더니 임대인 하는 말씀은 '어머, 제가 쓰는 동안은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렇다면 방금 이사 온 임차인이 망가뜨렸을까요? 정말 난감하죠.
못 박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임대인. 이사 나간 후 집 상태를 확인해 보니 문 뒤, 벽 구석, 창틀 밑 등 예전 어른들이 못 박아 옷 걸듯 구석구석 못이 박혀있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에게 못 박지 말라시면서 못 박으면 나중에 그 부분 도배는 해 주고 가라고 합니다. 이것도 지진이 납니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꼼꼼하지 않는 일 처리도 한몫합니다. 이사하는 날을 그러려니 하지만, 일하시는 분에 따라 정말 짜증 날 때도 많습니다. 잔금이 처리되지 않아 이삿짐이 조금 늦게 들어갈 때는 이사하시는 분들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차에 이삿짐 싣고 가서 식사하고 바로 이삿짐이 들어가면 좋겠죠. 이사는 그렇게 텍스트처럼 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일이 잘되지 않을 때 중개사에게 화풀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진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남들이 하는 얘기나, 상황을 좀 더 침착하게 대처하면 될 것을 짜증 내고, 소리치고, 싸우자고 하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최근 많았습니다. 내가 뱉은 말이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는가 봅니다. 참기는 했지만, 참 배운 게 없는 사람이구나, 집에서 인정을 못 받는 사람인가 보다, 무작정 화를 먼저 내는 사람인가 보다, 목소리 크면 이기는 줄 아는가 보다, 등등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내 안에 잘 풀리지 않는 무엇이 있다 해도, 그것을 잘 풀어내고 견뎌내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라 배웠는데,,, 중개사를 해 보니 머리에 지진 나게 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서로 돈 앞에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사람들. 그리고 화는 엉뚱한 사람한데 부리고.
정확한 논점을 가지고 풀어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그런가 보다 합니다.
내 머리에 지진을 선물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내일은 맑은 머리로 출근 go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