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고향, 원주로 돌아온 남편은 한동안집에 있지를 않았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하고 전학했다는 말이 믿어지지가 않을 만큼 친구들, 선배들, 심지어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주버님의 친구들까지 만나느라 집에 있을 틈이 없었다. 이사 후 집정리는 내 차지였고 원주에 친구가 없는 나에게 유일한 말동무는 고양이들과 반려견 “담분이”와 ”나로”였다. 녀석들에게 내가 즉석에서 장난으로 작사. 작곡한(?) 동요들을 불러주다가 문득 진짜 작사. 작곡을 해 보고 싶었다. 먼저 전자피아노를 주문했다. 88건반과 61건 반중에 어느 것을 택해야 좋을지 몰라 예전의 교회 성가대반주자님께 여쭤보니 61 건반도 충분하다고 하셨다. 주문한 다음 날 바로 도착했다. 마침 그날 남편의 친구부부가 멀리 강화에서 다니러 왔다가 기계치 남편을 대신해 완벽하게 조립을 해주었다. 친구가 아니었으면 여태껏 박스도 못 풀고 베란다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음색으로 바꿔가며 반주를 할 수 있어 좋다. 동요, 가곡, 유행가, 찬송가까지 분위기에 맞춰 음색을 선택해 가며 반주를 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파트에서 밤에 연주하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남편이 언젠가 후배한테 선물 받은 헤드폰이 있다면서 꺼내 주었다. 엄청 좋은 거니까 조심해서 사용하라는 말과 함께!
헤드폰이 있어 언제든지 연주를 할 수 있어 좋다! 때맞춰 원주에 왔다가 조립을 해준 남편친구, 주 ㅇㅇ님께 감사드린다. ㅇㅇ님의
아내인 후배사모가 신학교 첫 엠티 때 불렀던 정태춘 작곡, 박은옥 작사 “사랑하는 이에게”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감사인사로 연주 동영상을 보내주려고.
그런데 놀라운 건,ㅇㅇ사모의 목소리는 여전히 신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다만 내 연주실력이 후배사모의 스무 살 언저리… 그때 목소리의 분위기를 따라 줄런지가 걱정이다!
전자피아노……내 생애 마지막 사랑이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