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함에 앞서, 본인은 예비군이며, 99% 순도의 한국인의 피가 흐름을 먼저 밝힌다. 그러나 약 13년을 해외생활을 했으며, 코로나로 인해 4년 만의 방문한 한국은 나에게도 낯선 나라이고, 또 너무나 즐겁고 새로운 곳 이었음을 다시 알게 되어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
서울 거리거리는 밀도가 높고, 한 거리에도 수많은 상점들이 즐비한다. 맛집, 카페부터 백화점, 오락실, 노래방 등등등. 셀 수가 없다. 외국인에 입장에서 이 모든 것을 경험한다고 생각해 보자. 특히 미국이나 호주 같은 차 없이는 제약이 많이 따르는 나라에서 왔다고 생각하면, 서울은 그저 미쳤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유한준 건축가의 말을 따르면, 걷고 싶은 거리란 '이벤트 밀도'라는 수치가 높은 곳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단위 거리다 가게 입구의 수를 정량화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홍대 앞 거리는 백 미터를 걸어가면서 총 17개의 가게 입구를 만나지만, 테헤란로는 8개다.
이것은 마치 시청자가 티브이에서 17개의 채널을 가진 것과 8개의 채널만 볼 수 있는 것의 차이다. 보행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 거리가 곧 보행자에게 많은 권력을 위임해준다고 한다.
내가 사는 호주는 굉장히 큰 나라다. 한국에 비하면 약 77배의 어마어마한 차이. 그렇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생활에 있어서 많은 제약이 따르고, 한국처럼 좁은 땅덩이에 많은 사람이 살지 않는 환경이다 (호주의 인구수는 2021년 기준으로 2569만 명, 참고로 시민의 수가 아니라, 외국인까지 포함한 모든 거주자의 수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는 서울이 재밌는 건 유현준 건축가의 말대로 서울 거리는 보행자인 나에게 많은 권력을 위임해 주기에 재밌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빼놓을 수 있을까? 지하철, 버스부터 KTX까지, 서울은 쉽게 본인의 구석구석을 허락해 준다. 서울시 지하철역은 약 297개, 2021년 4월 기준으로 지하철은 하루 4백4십만 명, 버스는 3백8십만 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통합데이터지도).
또한 각 정거장과 역마다 인프라 데이터가 구축되어있어서, 지금 버스는 얼마나 있다 도착하는지, 지금 위치는 어딘지, 그저 외국인한테 이런 정보는 충격적 일 것 같다. 호주에서는 버스 타임테이블이 있지만, 사실 그뿐이다. 대충 시간보고 그 언저리에 도착하겠거니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시드니 전철은 틈만 나면 딜레이가 되며, 주말에는 track work라고 하는, 호주의 노선들이 굉장히 오래되어서, 굉장히 자주 보수공사를 하곤 한다. 이 보수 공사가 진행될 때에는, 당연히 전철은 이용 못하고, 대신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이 또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또한 한국에서 놀란 점은, 소위 피크 아워라고 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배차간격이 엄청나게 타이트해서 놀란 적이 있다. 아니 강남역에 전철 한대, 역삼역에 한대, 역마다 전철이 하나하나 다 배치돼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또 서울 곳곳에 전동킥보드를 이용 가능하고, 서울 최고의 필살기 따릉이 또한 존재한다. 일주일 3천 원 내고 시 자체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를 이용 가능하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나 또한 따릉이로 새벽마다 택시비만 한 달 몇십만 원 아낀 것 같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두 가지를 작성해 보았지만, 역시 서울이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니, 한동안 계속 관련 글을 작성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