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할 때 드러나는 나의 성격
올해 도전 목록 중인 하나인 바리스타로 일해보기. 그냥 호주 돌아가면 막연하게 카페에 이력서 돌려야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문득, 아 샷 뽑는 법이라도 배워 볼까? 하고 네이버에 충동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쳐봤다.
그리고 제일 무난해 보이는 곳 그냥 골라서 수강신청까지 하고, 4번의 레슨 듣기로 했다. 이렇게 먼 거리라고 생각을 안 해봤네. 집에서 무려 1시간 20분은 걸리는 강서구다.
샷 뽑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어제는 두 번째 레슨에 커리큘럼 중에 하나인 라떼아트를 배워보았다. 라떼아트는 그림이 아니라고 하신다. 라떼아트는 동작이란다. 동작만 일관적으로 하면 그림은 자동으로 되는 거라고, 그리고 라떼아트는 스티밍 (우유를 공기주입부터 시작해서 밸벳 한 거품으로 만드는 행위) 이 끝난 후부터 7초 안에 끝나야 하는, 그야말로 속도가 생명인 작업이라고 하신다.
그렇게 라떼아트를 연습 중인데, 1:1 클래스이다 보니, 앞에서 하나하나 봐주신다. 그러고는 갑자기 하시는 말씀.
한 동작 한 동작 완벽하게 하려고 하시네요
커피 하시는 거 보면 다들 성격이 보여요
나름 회계 전공에 지금도 세무 쪽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너 참 덜렁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덜렁된다는 이야기가 나는 조금 무서웠는지, 언제 부턴가 나도 모르게 강박적으로 꼼꼼하게 살려는 습관을 들인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사실은 꼼꼼한데 그냥 엄마가 보기에 그랬던 건지는 이제 와서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꼼꼼한 성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떠한 서류든 공증이든 항상 꼼꼼하게 두 번 세 번 체크하면서, 나름 화이트컬러 직장에서 여태까지 잘 살아남았다. 어디 가서 든 일 처리 못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성격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은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으면 실행을 못한다. 기본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깔려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항상 시원시원한 성격으로는 못 살아 본 것 같다 (물론 내가 생각한 만큼).
내가 회계시험 준비 하던 시절에 강사한테 들은 얘기가 있다. 회계사들은 큰돈 못 본다고, 얇고 길게 버는 게 회계사라고. 아니, 나는 큰돈 벌건데... 하면서 속으로 반문했지만. 그 얇고 길게 번다는 게 내가 일하면서도 뭔가 체감이 된다고 해야 하나. 나의 모습을 보면서. 큰 리스크를 감수하지 못하고,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소위 사업가 성향이 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보면 항상 일단 그냥 해버리더라고, 왜 한 거야? 물어보면 그냥 하고 싶어서, 재밌어 보여서 했다고 하더라고. 누가 보면 참 인생 계획 없이 산다고 하겠지만, 난 그런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결국 뭐든 해 버리는 사람이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니까.
그래서 그런지 나도 좀 그렇게 바꾸려고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난 5년 안에 큰돈 벌 거야 라던지, 내년엔 결혼할 거야 (지금 애인도 없다). 3년 안에 bmw ix 탈 거야 라던지 이런 소리 말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한다나. 이런 얘기를 가까운 지인 및 가족들에게 하고 있다.
실제로 자기 충족적 예언은 이렇게 설명 되고 있다
자기 실현적 예언이란 사회심리학적 현상의 하나로, 누군가 어떠한 일이 발생한다고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측 혹은 기대가 실현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서, 행동을 믿음에 따라 맞춰가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믿음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상의 원리는 사람이 사람이나 사건에 대하여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을 바탕으로 결과를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 나에게도 유의미한 피드백이 오곤한다. 그냥 헛소리를 막 허세 부리듯이 뱉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주변 사람들이, 아니 너 진짜 뭐 할 것 같아. 여기선 네가 제일 먼저 터트릴 거 같아. 여러 개 일만 벌이고 있는 나를 보고 너 진짜 다재다능하다고 해준다 던 지. 물론 그중에는 그냥 들으라고 하는 말 도 있겠지만, 그런 유의미한 변화가 나에게는 느껴진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행동하는 행동이 더 확신이 서고, 계획보다 행동을 먼저 하게 해주는 원동력을 준다.
생각이 많고 실행을 두려워하는 나를 바꿀 수 있을까? 나는 바꿀 수 있다고, 아니 지금도 바꾸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 모두 자기 충족적 예언을 실행에 옮겨보는 건 어떨지.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부터 너는 될 사람이다 라고 끊임 없이 말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