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던 날들, 그럴수록 비를 애타게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비는 예전처럼 조용히 내리지 않았다.
하늘이 구멍이 뚫린 듯 거세게 쏟아졌고 늦은 저녁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기도 한다.
예전처럼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그런 고요한 풍경의 느낌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내린 폭우는 도시 곳곳에 피해를 남겼다
집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 대형마트가 침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 아침 비는 그쳤고 날씨는 한결 선선해졌다.
한 손님이 커피숍에 들렀다.
빵과 라떼를 주문하며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간단한 식사처럼 커피와 빵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게 느껴진다.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심스레 묻는다.
"비가 조금 오긴 하는데... 제민천을 걸을 수 있을까요"?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남는다.
비가 와서 한동안 걷지 못했던 나도 문득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의 커피숍에 갔을 때 즐겨 마시던 카페라떼의 맛을 기억하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혼자 걷는 시간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오랜만에 이어폰을 끼고
우리말 성경 큐티와 영어 성경 큐티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다.
사람들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삶의 모습과는 달리 하나님의 성품은 언제나 한결같고 따뜻하다.
그분의 인격을 닮고 싶다는 바람 속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 안에
하나님과 동행의 따스함을 느낀다.
오늘 하루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라떼 한잔. 조용한 산책
그리고 하나님과의 동행
사람들은 쉽게 변하고
세상은 예측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성품은 한결같다
그분의 따스함은
비 온 뒤 공기처럼 맑고 깊다
라떼 한 잔, 조용한 산책
그리고 하나님과의 동행
오늘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