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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속에 발견한 관계의 온도

by 이희숙

찌는 듯한 "무더위가 또다시 계속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헉"하는 숨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공기는 눅눅하고 햇살은 아스팔트바닥을 지글지글 달군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날들이다.

더위 탓일까?

요즘 속이 좋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음식을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저녁 커피숍의 일을 마치고 늦게까지 문을 연 약국엘 찾아갔다.

예상외로 약국 안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의 증상을 말하려는 순간, 약사는 먼저 물었다.

"속에 뭔가 얹힌 것처럼 답답하시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말했다. 스트레스가 첫 번째 원인이고, 두 번째는 바로 이 무더위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약국을 찾는 것도, 날씨 탓이란다.

더위는 단지 기온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무겁게 만든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따라 처진다.

그럴 때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친근한 척 다가오지만 속은 아니면서 무덤덤한 관계를 이어 가려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오래도록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때로는 오랜 시간 잘 지내온 사람과도 사소한 말 한마디로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각보다 큰 무게를 지니고 있다.

진심은 느껴지고 소중한 인연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의 커피숍 한켠에는 정성껏 만든 인형들이 있다.

토끼, 하마, 곰 인형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지만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는 그들이 어울라는 장소를 찾아 하나하나 배치를 한다. 때로는 작은 화병이 놓인 테이블 위에, 때로는 나무 선반 위에 때로는 식물곁에 그들의 자리를 찾아 주는 일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

그들과 함께 있는 커다란 나무, 소소한 소품들 사이에서 나는 관계를 바라다본다.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조화

어쩌면 사람사이의 관계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는 거리를 찾아가는 것,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전해주는 위로조차도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소중함들을 얼마나 자주 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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