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날씨는 엄청 변화무쌍하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 온 세상을 하얗게 흰 눈이 덮어버린 날도 있었다.
요즈음 날씨는 그리 춥진 않지만 산책을 하다 보면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어와 봄의 기운보다 겨울의 차가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봄이 가까이 왔음에 수선화가 제민천 주변에 여기저기 꽃이 피어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봄을 알리는 신호처럼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늘 그랬듯이 아침청소로 커피숍의 새로운 하루를 연다. 반복적인 패턴의 일이라 때론 지루하기도 하지만 청소를 하는 중간에 커피 한잔과 과일을 먹으며 남편과 대화로 서로의 삶 속의 이야기를 나눈다.
봄날의 향기로운 내음이 커피숍의 창을 여는 순간 스미어 들며 음산했던 겨울의 끝자락을 밀어내고 공간을 밝고 환하게 만든다.
봄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표정과도 닮아 있다.
쌍쌍의 커플들이 따사로운 봄의 햇살을 만끽하며 거리를 잔잔하게 걷는다
불과 며칠 사이로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는 사람들의 옷차림 속에서도 느껴진다.
커피숍을 찾는 손님들이 저마다 안고 오는 인생사가 다르다.
이른 시간 방문한 한 손님이 자신을 커피숍의 매니저로 소개하면서 '이곳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라며 질문을 한다.
그러더니 커피숍의 매니저로서 일하며 겪는 자신의 어려운 고충을 이야기한다. 한참을 듣고 나니 고객이 떠난 자리에 진한 공감의 여운이 채워진다.
커피숍을 오랜 시간 해 오면서 '일을 잘한다는 게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많은 인사이트 즉, 내가 처한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려는 능력과 배움을 얻게 된다.
커피숍은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의 소통과 힐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감정이나 필요로 부터 오는 자극을 받아들이고 세심하게 느끼는 감수성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보자. 카페라는 공간이 어떤 손님에게는 일에 몰두하거나 사색을 위해 조용한 환경을 원할 수 있고, 또 어떤 손님은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는 장소로서의 카페 분위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잘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커피숍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조금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관계를 쌓아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감수성'은 커피숍을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은 전인적품성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주위 사람들에게 맞추라는 게 아니라, 일이 되게끔 하기 위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며, 개인의 성장과 타인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하려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와 역량을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라 말하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최인아)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에 미리 폭넓게 헤아리고 느끼며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 혹은 '민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빠르게 변하는 상황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여러 속성과 미묘한 입장을 파악해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파악하는 능력의 전인적인 측면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지고 궁금해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과 같다. 자기 자신에게 계속적으로 묻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왜 하필 그것을 원하는지 묻다 보면 그것을 중심으로 삶을 살게 된다.
커피로 시작한 인생이 커피를 향한 그리움으로 아련하게 물들여지는 어슴푸레한 저녁 시간이다.
누군가 고마운 마음으로 가져 다 준 후리지아 꽃 향기가 커피숍 안에 가득 퍼지며 봄날의 향기로움이 감미롭게 커피숍을 가득 메운다.
눈으로, 귀로, 피부로, 혀로, 코로
오감을 총동원하여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고 느끼듯 후리지아 한다발이 가져온 '봄날의 커피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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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모든 것으로 다가 온 커피
커피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더 깊이 있게 알아 가고, 커피와 더 친근한 사람이 되고,
커피를 이해하고, 커피와 가까워졌을 때
그것에 따른 인생을 운영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