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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by 이희숙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훌쩍 자라 버 자녀, 매일 반복되는 일, 오랜 간 함께 해 온 사람과의 이견 등과 같은 주변의 문제로 깊은 생각에 머물다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참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글을 읽거나 방송 시청 중에 내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거나 듣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어떤이는 "내 뜻대로 사람이나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정의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바닷가의 높은 망대에 올라가 일기의 변화를 보며 초월한 듯,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방파제 위에 서서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 지켜내는 것"이라 말 한다.

이들의 말에 어른이 됨의 참 의미를 공감하면서도 무력감이나 고통이 따르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세상의 삶이 녹녹치 않음을 깨닫는다.


세상의 삶이 녹녹치 않을 때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찾기 위해 누구에게나 있을 학창시절의 기억을 되새겨 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에 사람을 순수하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다.

학시절 둘이서 죽어라 붙여 다녔던 친구가 햇살 가득한 오후의 시간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일을 마치고 산책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몇 달 만에 하는 통화라 친구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사를 했다고 한다. 건강을 생각하여 물 좋고 산 좋은 곳으로....

그곳의 주변환경에 대해 한참을 자랑삼아 이야기를 한다.

"고요한 시간 오늘은 너의 생각이 많이 나더라"라고 말을 하는 순간 친구의 목소리는 상기되고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고 봇물 터지듯 계속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지난 시간의 그리움을 담아 다시 그릇에 옮겨놓는 과정처럼 나에게 새로운 선물을 선사한다.


"이곳 경치가 엄청 아름다워"

"주변에 엄청 예쁜 카페도 많고"

말로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며 그곳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는 듯하다.

대학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그 시절의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듯 하다.

친구의 목소리는 그때 그 시절의 그대로 여전하다.

그 시절 친구와 즐겨 먹던 쫄면은 지금에 와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비가 오는 날 본전통 "Rain "이라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녀의 집 주변에 새로운 레스토랑이나 특색 있는 카페가 생기면 곧바로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곤 했었다.

그녀의 집 근처에 위치한 기차역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나에겐 정감 있고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지금 커피숍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 채곡채곡 쌓여진 기억들이 안목이 되고 취향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 서로가 다른 공간 속에 살아가기에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소중한 만남

이제 다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의 꽃을 피워나가길 기대해 본다.


또 다른 어른 됨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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