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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중요한가

by 이희숙



요즈음 씨는 가을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듯하여 단풍을 볼 새도 없다.

바로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깨가 움츠러들고 뒷목이 뻐근하게 느껴지기도다.

해는 짧아져 오후 시간이 금새 지나가고, 어스름 한 긴 저녁이 하루의 피곤함을 더하게 한다.

커피숍을 운영하며 겪게되는 다양한 상황의 순간이 그때마다 다르게 느껴다.

날씨도 사람도....


무언가 일이 일어날 한 느낌이 드는 토요일 아침이다.

제민천에 몇 개의 부스들이 세워진다. 금하기도 하지만 어떤 행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길을 걷다 보았던 플래카드에 적힌 "두기 축제"가 기억에 떠오른다.

아!

'요즈음엔 깍두기도 축제가 되는구나'라며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어디에 모여있다 오는걸까?

같은 시간에 연이어 들이닥치는 사람들, 단 몇분의 간격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상황을 어느 누 하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이 많아 좋긴 하지만 숨 막히는 상황들이 종종 있곤 한다.

'손님이 없어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손님 많아 정신 없는 것이 훨씬 행복한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다시 숨 가다듬고 흩어진 마음을 회복한다


무엇이 중요한가

일을 함에 있어 닥치는 상황들은 늘 통제 밖에 있다.

신없이 바쁜 시간엔 누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전혀 알 수가 없고 때론 실수로 이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눈에 들어온다.

친구와 사이좋게 늘 같이 오는 사람, 딸과 사위 손녀를 동반한 가족모임으로 커피숍에 들어서는 분, 커피숍에 방문했던 사람이 재방문 하는 사람도 눈에 띤다.

아들과 함께 주말이면 어김없이 오는 손님이 일요일엔 손녀와 함께 따사로운 오후의 시간을 커피숍에서 보다. 정말 행복해 보인다. 따뜻함이 묻어난다.

내 마음도 포근해 진다.

이렇게 커피숍은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삶의 놀아터가 되어다.


오후까지도 멀쩡했던 날씨가 어슴푸레한 저녁으로 접어 들 무렵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나하나씩 부스를 접는 것이 눈애 보인다.

저녁시간 페스타 축제의 모니터링을 비로 인해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며 들어오는 손님으로 인해 오늘 축제의 비밀이 풀렸다.

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했는데 " 페스타 축제 "였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된다.

남편은 빵을 좋아해 빵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 빵을 만들기 까지 지금의 시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만들어 보았던 빵들을 오늘은 모두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을 보인다.

종류별 빵의 식감이 다르고 다양해진 디저트에 사람들은 관심과 촛점이 모아진다. 오후 늦은 시간에 만들어 놓은 옥수수빵이 모두 소진되면서 '정성을 다 하면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커피가 좋아 커피숍을 시작하려 할 때 커피숍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커피숍의 주 고객은 20대 여성이 대부분이고 하루 종일 커피숍 앞에 지나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 보라고 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

커피숍을 시작한지 이제 15년

최근 다녀온 커피숍만 보더라도 예전의 커피숍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요즘 커피숍은 어린 아이 부터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 간다.

아이에게는 놀이터가 되고 나이 많은 어른에게는 사랑방이 되는 것 처럼


내가 좋아하는 커피숍은 아직도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곳에서 편하게 앉아 커피 향 맡으며 책 한권 펼쳐 놓고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날씨가 추워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리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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