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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커피숍은

by 이희숙

이 시대의 커피숍은 그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가 된다.

20여 년 동안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보고 느꼈던 커피숍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일상의 쉼을 위해

가끔은 혼자 커피숍에 가는 경우가 있다.

하루의 바쁜 흐름 속에서 커피숍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장소가 된다.

혼자인 것이 어색하지 않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 사람들에게 작은 피난처 혹은 퀘렌시아가 되기도 한다.

커피숍은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다.

커피숍은 단순한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내 취향과 철학이 녹아 있는 무대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향기, 귀 기울여 듣는 음악, 커피숍을 휘어감는 분위기, 커피 한잔의 온도가 나를 대신 말해 주는 공간이다. 때론 이 공간이 곧 내가 되는 착각 그런 감정에 빠지곤 한다.

커피숍은 삶의 리듬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매일 청소로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리는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 하루하루의 질서와 리듬을 갖게 된다. 그 리듬에 내 마음을 올려놓으면 그 어떤 세파가 오더라도 나의 삶의 중심을 잡아주어 흔들리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커피숍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인 사람을 잇는 다리 곧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손님, 이웃, 단골 그리고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까지 커피숍은 관계가 숨 쉬는 작은 무대이다.

친근한 이들 혹은 낯선 이들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온도를 느끼고 그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의 온도, 따뜻함을 배운다.

커피숍은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창가에 햇살이 드는 조용한 시간

나 홀로인 커피숍

빈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생각이 깊어지고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피숍은 나 자신과 마주하는 명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커피숍은 작은 행복의 실험실이 된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공간을 꾸미고, 음료와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등 끊임없는 창조의 과정이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실험실이다.

행복이란 이렇게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씩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매일매일 찾아 나가는 것이다.


나에게 커피숍이란

나의 삶을 커피 향기로 가득 메워 주는 작은 우주이며, 나의 오늘을 숨 쉬게 하는 공간이다.


오늘도 나는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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