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에게 가끔 말하곤 한다.
"말 잘 듣는 애가 제일 이뻐."
그래서 요즘 제일 이쁜아이는 둘찌이다.
요즘 틈만 나면 셋찌는 삐지고, 첫찌는 그것에 분노한다.
그래서 사이에 껴있는 둘찌는 해맑은 듯하면서 은근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셋찌는 조금이라도 잘못을 지적하거나 자기한테 불리한 이야기를 하면 바로 '흥' 거리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하도 그 꼬라지를 보고 있으니 열받아서 화도 몇번 내기도 하다가,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해보았다.
"요즘 뭐 힘든 일 있어? 학교 처음 가서 힘들어?"
"모르겠어. 요즘 그냥 자꾸 기분이 안좋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일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서 속으로 긴장하는 타입이라 본인도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다.
첫찌는 그런 셋찌에게 자극을 받아서 자꾸 열이 받기도 한다. 옛날엔 화나면 바로 소리지르고 짜증내었는데, 요즘엔 어느 정도 스스로 화를 진정시키기도 한다. 많이 발전했다.
등교버스는 걸어서 7분거리에 버스를 타러 가야한다.
하루는 출발이 늦어서 마음이 급했는데, 셋찌가 둘찌의 말 한마디에 삐져서 멈춰서 버렸다.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없어서 버럭 화를 냈더니, 쪼르르 자기 오빠 옆으로 달려간다.
오빠한테 재잘재잘 이야기 하더니 첫찌가 나한테 와서 중재를 해준다.
대화는 기억이 안나지만,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첫찌가 기특하기도 하였다.
물론 어쩌다 있는 일이고 첫찌랑 싸우면 또 나한테 쪼르르 달려온다.
거참..
요즘 둘 사이에 껴서 있는 둘찌가 안쓰럽긴하다. 이 아이도 힘든 티를 잘 내지 않는다.
하지만 싸우거나 그럴때는 은근 눈치를 본다.
때론 눈치없이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요즘 이쁜짓을 제일 많이 한다.
"아빠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께. 히히 어쩌구저쩌구."
사실 뭐가 재미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맑게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전에는 둘찌랑 셋찌가 신나서 외치던 말이 있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야."
반면 셋찌는 요즘 이런다.
"오늘 최악의 날이었어."
셋찌의 이 최악의 날들이 지나가 둘찌와 함께 '오늘 최고의 날이야!' 를 다시 외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