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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Apr 04. 2023

아들을 키운다는 건

긴장의 연속



월요일 저녁

복숭아뼈 윗부분이 아프다는 아들.

"어디 부딪혔어?"

"아니 기억 안 나. 왜 아픈지 모르겠어."

그래 그럴 수 있지.  태권도를 하다 어디 부딪힌 건 아닌지 혼자 추측해 본다.  


화요일 아침

등교 때 아프다고 하면서도 잘 걸어 다녔고 등교도 했다. 안심이 되었다. 오전에 이런저런 일처리들을 하고 보니 어느새 하교시간이 다가왔다. 둘찌, 셋찌 마중 갈 준비를 하는데 콜렉트콜(수신자부담)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나 다리 아파 걷기 힘들어."

"그럼 태권도 가지 말고, 집으로 와."

"집까지 못 걸어가겠어."

그냥 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많이 아픈가? 걱정도 되었다. 그렇게 아드님을 모셔왔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니, 막 뛰는 것 아닌가?

"발 안 아파?"

"어, 괜찮아. 데헷."

데헷 이라니, 아들아 넌 회복이 참 빠르구나.


수요일 오후 

다시 콜렉트 콜로 전화기 왔다. 오늘은 달리기 하다가 슬라이딩을 했단다.

그래도 긴바지라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다리를 걷어올리고 뛰었단다. 아오!

마음 깊은 곳에서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들의 양쪽 무릎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냥 봐도 속상할 만큼 많이 아파 보였다. 아프다고 절뚝이기도 했다. 그렇게 아프다고 했는데....

저녁 먹고 나니 다시 살아나서 뛰어다닌다.

빠른 회복에 감사해야겠지?


목요일 아침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며 학교에 보냈다. 아들은 이틀이나 태권도 빠져서 오늘은 꼭 태권도 가겠다며 집을 나섰다.

오후에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3일 연속이나.. 설마.. 아닐 거야

"아빠 나 또 다쳤어 오늘도 태권도 못 가."

다친 것보다 태권도 못 가는 것이 더 슬펐나 보다.

학교로 데리러 가니 깽깽이 발을 하신다.

이번엔 왼발 무릎 앞쪽이 찍혀있다.

어제는 양쪽 무릎 오른쪽에 피멍이 들어있었는데.. 오늘은 양쪽 무릎 앞쪽에 찍힌 자국이 생겨있었다.

이번엔 아들의 다친 상황을 본 이들이 많았는지, 아내에게도 연락이 갔다고.. 아내에게도 상황을 설명해 주었는데 아내도 많이 놀라고 걱정했다.

팔뚝에는 전 주에 자전거 타다가 벽에 긁힌 딱지가 보인다.

하~

마음속으로

'아들아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니?'


이성적으로 다친 아들을 걱정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의 마음은 분노로 일렁였다. 다쳐서 아픈 아들이 더 속상하겠지 하다가,  아니 진짜 이건 아니지 않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정말 어쩜 이럴 수 있지 싶어 아들이 야속했다.

계속 야근하며 바빴던 아내가 아들소식에 놀라 평소보다 일찍 집에 왔다. 갑작스러운 엄마등장에 아이들은 환호했다.

아들은 엄마품에 안겼다. 엄마를 보고 싶었던 건지 아파서였는지 아들은 살짝 눈물을 보였다. 엄마아들의

모습만 보면 그렇게 짠하고 감동스럽기까지 해 보였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예상대로 저녁을 먹고 나서 아들은 멀쩡해 보였다. 이번엔 병원을 가야 되나 정말 고민이 되던 차였는데 안 가봐도 되는구나 다행이지 싶다가도 왜 아까는 뭐 그리 아프다고 난리 쳤지 싶다.


금요일 아침

다시 어제 무릎이 아프단다.. 환장하겠다.

저녁 먹고 나니 다시 멀쩡한 우리 아드님이다.






지난주에 써놓고 마무리를 못 짓고 있었는데,  월요일 하루 안 다치고 오늘은 술래잡기하다가 자빠졌다며, 오른 팔뚝과 오른 무릎에 밴드를 붙여왔다.

이제는 화도 안 난다. 심적 포기의 단계인가...

이 글을 마무리지으면 아들이 이제는 멀쩡해져서 집에 오기를 소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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