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가기 전까지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어린이집은 활동반경이 크지 않고, 선생님들이 대부분 챙겨주셨다. 때문에 뭘 놓고 오는 일이 많지 않았다. 놓고 오거나 잃어버려도 대부분 어린이집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다르다. 일단 넓다.
자신의 물건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큰아이 때도 경험해 봤고 아직도 경험하고 있지만, 교실도 있고 운동장도 있다. 더불어 학원까지 다니게 되면 잃어버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고부터 잃어버리기 대잔치를 하고 있다.
하루는 등교를 앞두고 잃어버린 것을 찾아오라고 말을 했다.
나: 셋찌야, 잃어버린 조끼 찾아왔어?
셋찌: 어 찾아왔어, 아.. 그런데 파란색 그거 놓고 왔어.
나:(가방을 뒤지며) 파란색 잠바는 여기 있는데?
셋찌: 아니 그거 말고 오늘 안에 입었던 것.
나:(감정을 누르며) 내일 찾아와.
셋찌: 그거 학원에 두고 왔는데.
내일은 학원가는 날이 아니다. 그래 학원가는 날에 찾아오라고 해야겠다.
하교 후 같이 걸어가는데 둘찌가 옆에서 화들짝 놀란다.
둘찌: 아빠! 나 머리띠 운동장에 두고 왔어, 학교 다시 가야 돼.
나: 지금 찾으러 못 가 내일 가서 잘 찾아봐.
둘찌: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나: 내일 가서 잘 찾아봐.
다행히 다음날 무사히 잘 찾아서 가지고 왔다.
얼마 전 하교시간 통학버스에서 내렸는데, 둘찌가 가방을 두고 내리셨다. 급하게 도우미 선생님께 연락드려서 돌아가는 길목으로 이동해서 민망한 얼굴로 가방을 받아왔다.
첫찌도 물건을 잘 놓고 다닌다.
나: 아들아, 물병 왜 없어?
첫찌: 음... 과학실에 두고 왔어. 데헷.
나: 이제 두고 올 곳이 없어서 과학실에 두고 오냐. 내일 가지고 와.
요즘 첫찌는 잃어버려도 당당하다. 그리고 자꾸 귀여운 척 '데헷.'을 붙인다.
그래 귀여워서 봐준다.
벌써 마스크줄만 몇 개 없어지고, 우산은 다행히도 아직 안 잃어버렸다. 첫찌가 해먹은 우산은 어마어마 하지만 올해는 다 살아있다.
와 정말 자꾸 잃어버리고 찾고, 못 찼기를 반복하고 집에 떡하니 있는데도 뭐 어딨 냐고 물어보는 내 질문에 당당하게 잃어버렸다고 하는 우리 삼 남매.
정신이 혼미해진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