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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Apr 15. 2023

삼 남매는 잘 잃어버려요

잃어버린 물건 찾기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가기 전까지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어린이집은 활동반경이 크지 않고, 선생님들이 대부분 챙겨주셨다. 때문에 뭘 놓고 오는 일이 많지 않았다. 놓고 오거나 잃어버려도 대부분 어린이집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다르다. 일단 넓다.

자신의 물건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큰아이 때도 경험해 봤고 아직도 경험하고 있지만, 교실도 있고 운동장도 있다. 더불어 학원까지 다니게 되면 어버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고부터 잃어버리기 대잔치를 하고 있다.

하루는 등교를 앞두고 잃어버린 것을 찾아오라고 말을 했다.


나: 셋찌야, 잃어버린 조끼 찾아왔어?

셋찌: 어 찾아왔어, 아.. 그런데 파란색 그거 놓고 왔어.

나:(가방을 뒤지며) 파란색 잠바는 여기 있는데?

셋찌: 아니 그거 말고 오늘 안에 입었던 것.

나:(감정을 누르며) 내일 찾아와.

셋찌: 그거 학원에 두고 왔는데.

내일은 학원가는 날이 아니다. 그래 학원가는 날에 찾아오라고 해야겠다.


하교 후 같이 걸어가는데 둘찌가 옆에서 화들짝 놀란다.

둘찌: 아빠! 나 머리띠 운동장에 두고 왔어, 학교 다시 가야 돼.

나: 지금 찾으러 못 가 내일 가서 잘 찾아봐.

둘찌: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나: 내일 가서 잘 찾아봐.  

다행히 다음날 무사히 잘 찾아서 가지고 왔다.


얼마 전 하교시간 통학버스에서 내렸는데, 둘찌가 가방을 두고 내리셨다. 급하게 도우미 선생님께 연락드려서 돌아가는 길목으로 이동해서 민망한 얼굴로 가방을 받아왔다.


첫찌도 물건을 잘 놓고 다닌다.

나: 아들아, 물병 왜 없어?

첫찌: 음... 과학실에 두고 왔어. 데헷.

나: 이제 두고 올 곳이 없어서 과학실에 두고 오냐. 내일 가지고 와.

요즘 첫찌는 잃어버려도 당당하다. 그리고 자꾸 귀여운 척 '데헷.'을 붙인다.

그래 귀여워서 봐준다.  


벌써 마스크줄만 몇 개 없어지고, 우산은 다행히도 아직 안 잃어버렸다. 첫찌가 해먹은 우산은 어마어마 하지만 올해는 다 살아있다.


와 정말 자꾸 잃어버리고 찾고,  못 찼기를 반복하고 집에 떡하니 있는데도 뭐 어딨 냐고 물어보는 내 질문에 당당하게 잃어버렸다고 하는 우리 삼 남매.

정신이 혼미해진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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