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삶은 정말 산을 타고 또 타는 등산이 아닐까 싶다.
처음 보는 산을 올라가다 보면 언제쯤 더 가파른 구간이 나타날지, 평지가 나타날지 모른다. '이제는 좀 평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가파른 언덕이 있을 수도 있다. 이제 좀 평지를 걷나 보다 싶었는데, 금방 다시 오르막 길이 나온다. 또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도 많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사실 평지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삶에도 평지란 별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조금 평탄한가 싶다가도, 금방 어려운 문제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약간의 언덕을 넘으면 평지가 오겠지 기대하지만, 더 큰 문제와 해결해야 될 것들이 나에게 몰아쳐 온다. 선택에 기로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너무 난감한 경우가 많다. 정말 예측불허의 삶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사람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같이 걷기도 한다. 갑자기 뒤에서 나를 지나쳐가는 사람이 있거나, 내 앞에 가는 사람을 앞질러 보겠다고 힘을 내서 걷기도 한다. 같은 방향을 가다가도 다른 길로 가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반대편으로 가던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한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자연만 볼 수도 있다.
수많은 인연들이 나를 지나갔다. 또 나도 모르게 인연들이 생겨났다. 나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며 우월감을 가지기도 한다. 누군가 함께해서 때론 기쁘기도 하고, 원치 않은 헤어짐에 아쉬워한다. 하지만 산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각자의 길을 간다. 계속 연락할 것 같은 사람도 언젠가 보면 멀어져 있고, 나와 아예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새로운 인연과 또 함께 걷고 있기도 하다.
등산은 페이스 유지와 쉼이 필요하다. 온 힘을 다해 산을 올라가기만 해서도 안되고, 무한체력이 아닌 이상 쉼 없이 올라갈 수도 없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상을 향해서만 달려가야 할 것 같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참 좋다는 것을.. 계절마다 느낄 수 있는 것들 여름이면 푸른 숲, 가을이면 단풍, 새소리, 경관 등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산이다.
우리 마음과 몸은 너무 달리기만 하면 망가진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볼 것도 많고 만져볼 수 있는 것도 많을 텐데 말이다.
아이들과 산을 가다 보면, 정말 신기한 것이 많음을 느낀다. 중간에 애벌레 같은 것은 어찌 발견하는 것인지 어른들은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만 아이들은 산의 풍경을 온전히 즐기며 간다. 온전히 즐기다가 힘들면 떼쓰며 어른을 괴롭힌다. 아이들 덕분에 잠시나마 주변을 더 돌아볼 때도 있다. 반대로 나를 산만하게 해서 주변을 볼 수 없게도 하는 게 또 아이들이다.
산과 삶을 대입해 보니, 나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너무 정답인 길만 찾고자 했던 나.
너무 많은 인연들을 움켜쥐려 했던 나.
쉼이란 것을 잊고 살았던 때의 나.
그리고 현재 가만히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해하는 나.
우리나라는 온통 산이다. 어찌보면 산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 정말 잘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