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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Nov 17. 2022

글쓰기 수업의 마무리와 공황장애

이놈의 후유증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11주의 글쓰기 수업.

전업주부를 시작하며 줌으로 2번의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대면으로 하는 수업은 처음이었기에,

기대 가득! 두려움 가득!

강사님은 올해 전반기 비대면 수업을 해주시던 분으로

익숙한 얼굴이었다.


상비약 한 알을 먹고 듣기 시작한 수업.

1~3주 차 때는 서로 어색했다.

앞만 보고 수업을 들어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비대면 수업 때는 줌으로 얼굴을 보고 했었는데,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4주부터인가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면서

서로 쓴 글을 발표할 때 서로 봐주기 시작한 것 같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특색 찾아주기'(정확한 명칭이 생각 안 난다)를 짝을 지어하려 하셨다.  

한 분께서 사람도 많지 않은데 다 같이 한 명씩 이야기해주자고 하셨다.

어쩌다 보니 시작된 칭찬 릴레이..

특색을 찾기 위해 서로를 바라보며, 열심히 서로 칭찬을 해주었다.

칭찬을 할 때는 마음은 편했는데, 막상 칭찬받으려니 온 몸이 오그라 드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또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강사님도 이미 명강사인 걸 알아서 좋을 것을 알았지만,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과 함께 소통하는 기분이 좋았다.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고, 즐거움도 드러내고 같이 슬퍼해주고, 즐거워해 주며,

서로에게 상처되지 않게 이야기해주는 따뜻함이 좋았다.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였을까?

아니다.

너무 따뜻한 분들은 만났던 것 같다.


마지막 11차 수업은 아쉬움에 쫑파티를 하였다.

1시간 수업 후 2시간 동안 선생님이 싸온 다과와 서로의 다과를 나누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내년 전반기에 꼭 강사님의 수업을 다시 듣자며,

그때의 만남을 기대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수업시간을 통해 내 마음에 따뜻함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나의 마음은 마냥 훈훈하게 끝나고 싶었다.

이 놈의 몸뚱이만 아니면 말이다.


처음 수업들을 때 2시간 듣고 다음날 뻗어있었다.  

후반부 가면 괜찮겠지 싶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많이 한 날은 어김없이 힘들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뻗어있었다.


마지막 수업.. 어쩌다 보니 3시간 수업을 들었다.    

다과와 이야기를 나눴으니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끝날 무렵에는 조금 무리다 싶었지만, 아쉬움에 끝까지 남아있었다.


예상했던 후폭풍은 나에게 다가왔다.

집에 가자마자 아이들 오기 전까지 쓰러져 잤다.

다음날도 아이들 등교, 등원시키고 종일 누워있었다.

수업이 끝남으로 헤어짐의 슬픔을 혼자 또 곱씹었다.


모두 예상했던 결과이기에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공황장애에 대해 더 깨달은 점이 있다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마음소비?도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깊은 나눔은 깊은 소비를 이끈다는... 다시 슬픈 사실을...


공황이 오고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공황장애가 날 괴롭히는 대부분은 내가 힘겨워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은 나의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이것이 왜 나의 힘듦이 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만남을 최소화하고,

그 뒤에 후폭풍을 대비하는 것 밖에는...


아직은 그 정도 만족해야겠지?



마구마구 돌아다니고 싶다.

강남역 한복판을 즐기며 걸어 다니고 싶다.

친구들과 만나서 시끄럽게 놀고 싶다.

마음 편히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고 싶다.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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