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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Nov 14. 2022

정장에 대한 그리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카톡'

일할 때 만났었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세요?'

라는 물음이 반가웠다.

내가 일했던 분야에 15개월 기간제 공고가 났다고 했다.

현재 일하는 담당자 육아휴직으로 인해 나온 자리라며 

지원해 볼 생각이 냐고 물으셨다.



내가 일하던 곳보다 규모가 큰 곳이기도 하고,

일하면서  같이 연계해서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홈페이지 들어가 육아 휴직을 하는 직원을 확인해 보니,

행사할 때 같이 일한 분이었다.


내가 업계를 떠난 지 3년 반.

나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한데, 다른 사람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계획은 내년 하반기쯤 파트타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고를 보는 순간

잔잔한 마음에 돌을 던져진 느낌을 받았다.


나의 정장 입은 모습이 떠올랐다.

잘 차려입은 정장에 넥타이, 그리고 구두를 신고 있는

나의 모습.

하는 일은 그리 즐겁진 않았지만, 그리웠나 보다.


무엇보다

공황으로 인해 제대로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일을 놔버려야 했던

아쉬움이 나에게 너무나 크게 남아있었다.



아내에게 나도 몰랐던 일하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였다.  

"당연하지, 누구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아 당연한 거였구나.


나의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돌아봐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결론은 아니다.

이 공고에는 내가 할 수 없음이 3가지나 들어간다.

한 가지만 들어가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해야 하는데, 3가지다.


도시

아직도 높은 건물을 보면 불편하다.

수많은 차들과 수많은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먼 거리

왕복 2시간 거리다.

보통 난 2시간 정도 운전하고 활동하면 다음날 기력이 없다.


비슷한 업종, 업무

공황발작이 일어난 비슷한 상황은 다시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너무나 명확하기에 슬펐다.

굳이 다시 저 일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8년간 하던 일,

다시 돌아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경력이 인정돼서 돈도 더 받을 것 같은 일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을 줄이야...


할 수 없음에서 오는 초라함...

도전조차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

일에 대한 두려움...


며칠 동안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아내의 위로 덕분에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3년 전보다

2년 전보다

작년보다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안 되는 걸 생각하기보다

가능한 걸 찾아보면 된다는 것을


꼭 예전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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