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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Oct 27. 2022

가을 운동회와 공황장애

안 괜찮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의 큰 행사인 가을운동회는

한동안 아이들 만의 운동회였다.

3년 만에 부모 참여 운동회가 개최되었다.

첫찌가 3학년이라 처음 경험해보는 행사였다.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일주일 전에 알게 된 우리는 멘붕이 왔다.

얼마나 사람들이 올지, 어떤 상황일지,

예측이 잘 되지 않아 여기저기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혼자 갈까 하다가, 아내가 더 불안해 연차를 쓰고 같이 참여하기로 하였다.



가기 전부터 긴장이 되었다.

사람 많고 시끄러운 운동회.

아이들까지 많은 운동회.

(아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이은 무섭다)

작은 학교라 규모가 크지 않아

소소한 느낌이긴 했다.

아내랑 같이 가서 그나마 다행인데...

상비약까지 먹었는데...

여기저기 아이들의 웃음과 밝음에

나도 동화되어 함께 즐기고 싶었는데..

점점 다가오는 구역감과 숨 막힘..

한 시간 만에 홀로 내려와 차에 앉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어설픈 인간관계(얼굴만 아는 학부모들)와의 대면의 불편함.

수많은 아이들의 소리(치명적임을)


아내와 상비약으로도 커버되지 않았다.


괜찮다.

괜찮아야 한다.

눈물이 난다.


안 괜찮다.




안 괜찮음이 들 괜찮음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운동회의 볼거리 중 하나인 박 터트리기는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급식을 먹고 부모들은 학년별로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었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다른 부모님들의 얼굴도 파악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후에 줄다리기도 하고 싶었지만,

내 몸이 허락해 줄 것 같지 않아 먼저 집에 가서 쉬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방에 누워 기절하여 잠이 들었다.

아내의 전화도 못 듣고 일어나 보니 부재중이 있었다.

급히 일어나서 아내와 첫찌를 태우고 왔다.  



처음 해 보는 것은 어렵다.

원래부터 어려웠지만, 공황이 온 뒤로는 더 쉽지 않다.

루틴대로 살아가는 게 그나마 불안을 줄일 수 있다.


다음번 운동회는 처음은 아닐 테니,

잠깐 가서 구경만 하고 와야겠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간다.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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