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일할 때 만났었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세요?'
라는 물음이 반가웠다.
내가 일했던 분야에 15개월 기간제 공고가 났다고 했다.
현재 일하는 담당자 육아휴직으로 인해 나온 자리라며
지원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다.
내가 일하던 곳보다 규모가 큰 곳이기도 하고,
일하면서 같이 연계해서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홈페이지 들어가 육아 휴직을 하는 직원을 확인해 보니,
행사할 때 같이 일한 분이었다.
내가 업계를 떠난 지 3년 반.
나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한데, 다른 사람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계획은 내년 하반기쯤 파트타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고를 보는 순간
잔잔한 마음에 돌을 던져진 느낌을 받았다.
나의 정장 입은 모습이 떠올랐다.
잘 차려입은 정장에 넥타이, 그리고 구두를 신고 있는
나의 모습.
하는 일은 그리 즐겁진 않았지만, 그리웠나 보다.
무엇보다
공황으로 인해 제대로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일을 놔버려야 했던
아쉬움이 나에게 너무나 크게 남아있었다.
아내에게 나도 몰랐던 일하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였다.
"당연하지, 누구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아 당연한 거였구나.
나의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돌아봐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결론은 아니다.
이 공고에는 내가 할 수 없음이 3가지나 들어간다.
한 가지만 들어가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해야 하는데, 3가지다.
도시
아직도 높은 건물을 보면 불편하다.
수많은 차들과 수많은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먼 거리
왕복 2시간 거리다.
보통 난 2시간 정도 운전하고 활동하면 다음날 기력이 없다.
비슷한 업종, 업무
공황발작이 일어난 비슷한 상황은 다시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너무나 명확하기에 슬펐다.
굳이 다시 저 일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8년간 하던 일,
다시 돌아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경력이 인정돼서 돈도 더 받을 것 같은 일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을 줄이야...
할 수 없음에서 오는 초라함...
도전조차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
일에 대한 두려움...
며칠 동안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아내의 위로 덕분에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3년 전보다
2년 전보다
작년보다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안 되는 걸 생각하기보다
가능한 걸 찾아보면 된다는 것을
꼭 예전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