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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Dec 09. 2021

요리를 잘하고 싶은 이유

나도 엄마가 되어서일까. 그렇게 귀찮아하던 요리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입 짧은 우리 아들을 잘 먹이고 싶어서.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자식을 바라보는 행복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결혼하고 나서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남편 저녁을 차려주려 노력했다. 음식에 대한 취향이 비슷하고, 함께 술 한 잔 하면서 그날 있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는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도 음식을 썩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조리 음식, 밀키트 등을 최대한 많이 활용했다. 그래도 우리 남편은 고맙다고 맛있게 먹어주었다.


임신을 하고 입덧이 시작하면서 그 역할을 놓아 버렸다. 남편은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배달 음식, 포장 음식 등을 사서 먹이다가 급기야는 손수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워낙 요리 잘해주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남편은 칼질조차 너무 서툴렀다. 그래도 아내를 먹인다고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후 내가 가끔 해달라고 조르는 남편의 시그니처 메뉴도 생겼다. (두부김치, 마파두부, 제육볶음) 저녁에 퇴근을 하고 오면 본인도 피곤할텐데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그렇게 열심히 요리를 해주었다.


그러다 아이가 돌이 지나고, 육아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느낌이 들 무렵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가끔 유튜브로 캠핑 동영상들을 보는데, 한 유튜버 엄마가 참 기가 막히게 요리를 잘 하셨다. 꼬맹이 아들은 그런 엄마와 캠핑 가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정말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추억, 그리고 사랑을 선사하는 행위 같았다.


우리 아들은 이유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식감이 싫은 것인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도 하고, 시판 이유식도 시도해봤지만  이유식을 줄기차게 거절했다. 그러다 “아이주도 이유식(유아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들이 고체 형식의 이유식은 생각보다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주도 이유식은 사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여러 재료를 잘게 잘라 죽으로 끓여내기만 하면 끝인 죽이유식과 달리 조리방법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정말 지극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이유식을 아이가 잘 먹고, 살이 점 점 오르자 그 모든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엄마의 마음이구나 싶었다. 밥 차려주는 게 정말 여간한 노동이 아닌데 그걸 매일 해내는 엄마에겐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식은 엄마의 음식을 먹으면서 단순히 영양분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 역시 섭취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그간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보답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둘째 때문에 한동안 같이 술 마시는 호사는 누리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맛깔난 집밥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처녓적에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베이킹을 좋아했는데, 가끔 손수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그렇게 좋아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취미활동을 그만두게  것은 어느 순간 삶의 효율성, 경제성을 따지게 되면서부터였으리라.


요즘엔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너무 쉽게 살 수 있어 요리를 한다는 것이 더 사치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집밥이 내포하는 정서적인 부분들은 그 어떤 맛집 음식도 재현해낼 수 없다. 그래서 요리가 다시 하고 싶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의 감정을 온전하게 표현해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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