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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un 16. 2022

아이가 크는 게 아깝다

첫아이를 낳은 순간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조그마한 생명이 나의 몸속에서 생겨나고 때가 되어 세상에 나와 내 몸에서 분리된 것이다. 내가 만들어 냈지만(물론 남편 역시도), 정말 이 아이가 내 몸에서 만들어진 것이 맞나? 가끔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저 눈, 코, 입이 내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갓난아기는 정말 너무 작고 연약해서 아무리 주의하고 조심해도 불안하기만 했다. 또 첫째 아이는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서툴기 마련이고, 그래서 신생아 시절의 기억은 끝없는 긴장과 불안, 그리고 피곤함이었다. 그래서 그 작은 생명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모르고 지나간 것 같다. 그 순간순간이 다시 돌아오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가끔 아이의 작년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정말 너무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지금 느끼는 그런 감정을 잘 모르고서 지나간다. 사실 부쩍 많이 큰 현재의 모습도 1년 후의 어느 시점에서는 너무 예뻐서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기들의 1분 1초는 너무 소중하고 아까운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첫째를 가정보육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의 탄생과 함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했고, 첫 미소, 첫 배밀이, 첫걸음마 등을 모두 목격하고 감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계속 커나가는 걸 깨달으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이 아이의 모든 귀여운 면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엄마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게 된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내 몸에 있었던 생명이고 태어나서도 하루 종일 엄마 옆에 붙어있던 존재인데…


이 모든 감정이 엄마의 지나친 모성애, 혹은 집착이라는 걸 안다.


마지막 희망은 곧 둘째가 태어난다는 것~ 물론 신생아 양육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두 번째니 모든 순간순간을 좀 여유 있게 즐기고 싶다. 그 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기에…


가끔은 미혼 시절의 자유로움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 자유에는 늘 어딘가 허전함이란 게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꽉 찬 느낌, 충만함이 없었다.

지금은 여유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생동감이 있고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채워진 것만 같다. 긴 시간 동안 빈 공간이었던 곳이 마침내 그 자리를 채운 것만 같은… 그리고 나는 항상 그 공간을 채울 무언가를 위해 계속 찾아 헤매는 삶을 살았던 것 같은…


그래서 가끔은 아이가 이대로 멈춰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이렇게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조그마한 아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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