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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Sep 18. 2022

둘째가 이쁜 이유

첫째에게 미안한 이유

둘째는 정말 내가 바라던 대로 태어났다.

(물론 첫째도 그랬지만~)

둘째는 첫째보다 매번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할 거란 생각에 우선 외모가 좋았으면 했다.

그럼 외모 덕분에 가족 친지들 외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첫째가 워낙 안 먹는 애라서 둘째는 잘 먹는 애이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남자아이라면 좀 호전적인 성향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너무 순해서)

그리고 정말 그런 아이가 태어났다.

다들 한 인물 한다는 애가 나왔다. 밥도 잘 먹는다.

그런데 그거 외에 심각한 문제(?) 역시 덩달아 따라왔다. 둘째는 말로만 듣던 등센서가 있는 아이였다. 게다가 목소리는 어찌나 우렁찬지 한 번 울면 귀가 멍멍해진다. 고집도 무쟈게 세다.


그런 큰 성격적 에러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역시 예쁘다. 객관적 외모가 예뻐서 더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부모 역시 사람인지라 외모를 보게 되더라.)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이미 어느 정도 커버린 첫째에 비해 더 작고 더 무력하기에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그리고 아무리 유난스러운 아이더라도 이미 한 아기를 키워봤기 때문에 엄마의 육아력이 상승해 있다. 그래서 조금 여유를 갖고 키울 수가 있다. 그래서 예쁜 모습들을 더 잘 보게 된다.

그리고 둘째를 키우면서 첫째의 아기 시절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그러니까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때 행복했구나, 그래, 지금도 행복한 거구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힘든 육아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둘째가 지금의 첫째만큼 크는 것도 금방인데… 이 시기를 조금 더 즐기자, 아기의 이런 모습도 지나고 나면 끝이다. 그러면서 둘째의 미운 모습들을 초월할 수 있게 된다.


신생아 시절에 비하면 벌써 너무 많이 커버린 둘째… 앞으로 또 얼마나 크고, 얼마나 더 예쁜 짓을 할 줄 알기에 둘째의 현재의 이 모습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첫째만 키웠다면 몰랐을 삶의 행복~


그리고 첫째에겐 고맙고 미안하다.

둘째를 키우면서 첫째는 너무 순했던 아이였다는 걸 깨달아서 고맙고, 그렇게 사랑스럽고 유일한 존재라 생각했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그 전제가 깨져버려서 미안하다. 너만큼, 아니 어쩌면 너보다 사랑스러운 존재가 생겨버렸다는 것. 그래서 둘째는 사랑이고, 첫째는 짠함(물론 당연히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거기에 어딘가의 미안한 마음이 섞여 있다)인 것 같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

내 생각엔 예쁜 자식은 그냥 내 마음속으로 늘 예쁘니까 별로 불쌍하단 생각이 안 드는데, 덜 예쁜 자식은 내 마음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기에, 혹은 예쁜 자식에 대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떡을 주게 되는 것 같다.


아직은 동생이란 개념이 없어서 늘 엄마 품에 있는 아기가 조금 미울 것이다. 그래도 크게 해코지하지 않는 우리 첫째. 엄마 품이 빈 상태일 때는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으면서 배시시 웃는 우리 맏아들, 가끔 쓸쓸하게 혼자 자는 네 뒷모습에 미안할 뿐… 첫째에 대한 사랑은 늘 이렇게 죄책감, 미안함 등이 섞여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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