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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ul 05. 2023

엄마는 예쁘지 않다

예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왜 더 이상 외모를 가꾸지 않는가. 가끔 뭍 남성(혹은 여성)들이 이런 의문을 품는 경우를 봤다. 나 역시 처녀 시절 멋 부리기 좋아하는 언니들이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너무 수수해지는 게 참 신기했다. 그저 단순하게 아이들을 돌보느라 그런가 보다 했다.


여기에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노화’ 때문이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전하였어도 세월의 흔적은 피해 갈 수가 없다. 외모 관리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연예인들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늙어가기 마련이고(결혼 여부,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더 젊은 여자 후배들에게 밀리게 된다.


나이 30이 넘은 사람들은 이제 새치가 나기 시작한다. 젊었을 땐 멋을 내기 위해 했던 머리 염색이 이제는 새치를 감추기 위한 염색으로 변하는 시점이다. 거기다 남녀 할 것 없이 “탈모”라는 현상도 맞닥뜨리게 된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훨씬 극적으로 이 사건에 직면하게 되며, 이후 잔머리가 다시 나면서 연출되는 “잔디 머리”라는 볼품없는 꼬락서니도 견뎌 내야만 한다. 그런데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들은 미용실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사실 그건 분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도 마찬가지이고, 적어도 아이가 돌까지는 엄마가 미용실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가 없다.)


노화는 근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서히 근손실이 발생하고, 그 자리를 지방이 메운다. 역시나 임신을 경험한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훨씬 더 빨리 군살을 찌우게 된다. 이 군살들은 출산 후 아이의 모유 수유를 위해 필요한 지방들이고, 포유류에 속한 우리 인간의 운명을 아직 현대 과학이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보통 의학적으로는 임신 후 10kg 정도 증량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 유명한 헐리웃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임신 시 식단과 운동을 철저히 지키면서 딱 10kg만 쪘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출산을 한 후에 육아를 하게 되면 보통 엄마들은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너무 힘들어 살이 빠진다는 엄마, 그리고 임신 때 찐 살이 하나도 안 빠지고 오히려 더 조금씩 찐다는 엄마.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엄마 다 힘들고, 아마 조금씩 건강에 위협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살이 빠지는 엄마는 애들을 보느라 영양 섭취도 제대로 할 겨를이 없어 살이 빠지는 것이고, 살이 찌는 엄마의 경우엔 애들을 보기 위해 에너지를 쥐어 짜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다 보니 밥심을 빌리게 되어 살이 찌는 것이다. 두 경우 중 사실 살이 빠지는 경우가 되려 위험할 수 있는 게 이런 경우 심리적 문제들이(우울증)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진이 빠지는 일이고, 요즘 배달 음식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삼시세끼 건강하게 챙겨 먹는 엄마들은 극히 드물다.


신도시 미시룩이라는 게 있다. 보통 심플한 디자인에 품에 적당히 여유가 있는 엄마들의 패션을 이르는 것 같은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엄마들은 입고 벗고 하는 데에 큰 시간을 들이지 않는 옷을 선호한다. 그래서 단추, 지퍼 없는 원피스가 많다. 거추장스러운 장식들은 아이들이 뗄 수도 있고, 세탁도 불편하기에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좀 우아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결국 아이들의 육아를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크게 고민되지 않는 옷을 선택한 결과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집에서만 입는, 목이 늘어난 면티를 수없이 보유하고 있다. 애기들이 시도 때도 없이 멱살을 잡기 때문에 그렇다.


화장은 눈썹만 그려도 어느 정도 신경 쓴 엄마라고 볼 수 있다. 색조 화장품은 그렇게 엄마의 화장대 안에서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사실 화장을 화사하게 한다 해도 아이들이 엄마 얼굴을 잘 만지게 되니 신경 쓰여 안 하게 되고, 결정적으로 화장을 예쁘게 하고 딱히 갈 데도 없다. ㅎㅎ 그래도 예뻐지고 싶은 엄마들은 피부라도 예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는데, 그래서 미시들이 그렇게 피부과의 수입을 올려 주는 것이리라. 생각보다 쌩얼 미인 엄마들이 많은 이유다.


무엇보다 엄마들이 예쁘지 않은 이유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뻐지는 것”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이고, 그래서 나의 몸과 외모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 열심히 가꾸던 것이, 엄마가 되면서는 그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보다 예쁜 존재, 바로 나의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갓난아기의 아름다움은 정말 황홀하다. 보통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끌리는 것이 이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아름다움이라면, 나는 아기를 보면서 비로소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예쁨은 엄마의 “예뻐지는 욕구”를 잊게 할 만큼 정말 치명적이다.


물론 (표현이 좀 거칠지만) 엄마는 생식능력을 잃지 않는 한, 다시 예쁜 여성이 되고 싶은 바람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다. 다이어트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고, 예쁜 여자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그래서 야금야금 화장품도 사게 되고, 뷰티 광고에 현혹된다. 그래 봤자 호박에 줄 긋기가 돼버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젠 “예쁜 엄마“가 되고 싶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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