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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an 08. 2022

남편과 함께라면

- 결혼이 주는 행복

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의 남편일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은 사실 자식으로서는 잘 가늠이 안 된다. 물론 부모님도 나를 엄청 많이 사랑하실테지.  그러나 남편의 사랑은 내가 항상 매일매일 아주 강력하게 확신할 수 있다. 그런 남편을 만난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다.


다들 그렇듯이 나 역시 자식이 생기면서 남편에 대한 집중도가 많이 사그라 들었다. 열 달 동안 몸 안에 품은 자식이 태어났을 때 느끼는 엄마의 모성애는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외의 사랑들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아이에게 사랑에 푹 빠져 있을 동안 남편은 묵묵하게 육아를 도와주고 나를 돌봐 주었다.


결혼하기 전과 후로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결혼 후 더 안정감 있는 가정을 얻은 것 같다. 남편과의 관계는 세상 그 누구보다 평화롭다. 내가 가끔 남편의 잘못이나 단점 등을 지적하는 것과 반대로 남편은 한 번도 나에게 그런 적이 없는 것 같다. 분명 나에게도 못난 점이 있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남편은 나에게 그런 사소한 상처조차 주고 싶지 않은, 그런 너그러운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결혼하기 전의 나의 가족들이 주는 혈연에 기반한 끈끈함과 이해심도 나에게 늘 힘이 되어 준다. 그러나 나의 모든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고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의 나의 가족인 남편뿐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친정에 있을 때보다 남편과 나의 집에 있을 때 훨씬 정서적으로 평온함, 온전함을 느낀다. 결혼으로 내가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이다.


둘째가 생기면서 갑자기 첫째는 제쳐두고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커졌다. 둘째가 나오는 순간 둘이 얘기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동안 자식을 하나씩 맡으면서 돌보느라 서로를 보살피고 대화를 나눌 시간이 더욱 없어질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자식은 부모의 사랑으로 탄생하면서도 그로 말미암아 부모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남편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자연의 섭리가 그래야만 자손이 번성하고 세대가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녀간의 사랑은 종족 보존을 위한 하나의 유전자적 프로그램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참 결혼이라는 게 허무하다.


하지만 인간은 곁에 좋은 친구를 두면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그 좋은 친구가 인생의 반려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의 남편은 옛날의 나의 단짝 친구들이 그랬듯이 나에게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이다. 거기다 우리 둘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자식이라는 존재까지 있으니 정말 특별한 사이이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친구이면서 자식 양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동업자. 나는 이 인생의 과업이 참으로 해볼만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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