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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an 11. 2022

마음은 이미 봄인가 봄

- 또 화초 사기

지난 연말 한파에 베란다에 놓여 있던 화분 몇 개가 냉해를 입었다.

그렇게 튼튼하던 녀석들도 어떤 한계점에 다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명의 끈을 놓아 버리나 보다.

연말의 게으른 분위기에 젖어버려 무신경했던 나의 불찰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화초 기르기에 진지한 관심이 생겼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아기와 외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초록색 잎들을 보면서 그나마 자연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제때 주고, 햇빛과 바람을 적절하게 쐬어주면 왠만큼은 잘 자랐다~

아기를 키우는 것과 화초를 기르는 것이 묘하게 비슷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나름 가드닝에 조금 자신이 붙었다 생각할 즈음 기온이 낮아지고, 일조량이 부족해지니 점점 잎이 시들시들해졌다.

특히나 어떤 열대식물들은 습도에 매우 예민한 듯 하다.

겨울이 되니 그런 것을 하나하나 맞춰 주는 게 참 힘들었다.

그러다 한파에 얼어 죽은 화분들을 보니 한동안 좌절감이 들었다.


며칠 동안 화분을 들여다 보지도 않고 있다가 어느 날 몇몇 화분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식이 여럿이면 말썽 부리는 녀석들도 있고, 기특한 녀석들도 있는 것처럼 그렇게 기특한 화초들이 내게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화초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은 인터넷으로 화초 몇 개를 주문했다.

사실 요즘도 날이 추워 배송 과정이 좀 걱정되긴 하는데, 그래도 초록이 주는 설렘을 얼른 느끼고 싶어서 과감히 베팅을 했다.

봄이 오기까지 한창이긴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봄인 것 같다.

올해도 많은 화초들에서 꽃이 피기를~


화초들을 시들게 하고 죽일 때마다 이제 하나씩 화분을 줄이자 생각하다가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화초 하나하나에 미래에 대한 희망, 설렘 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가가 얼마나 크고, 언제 걸음마를 하고, 언제 말을 할지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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