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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an 15. 2022

인생이 공평한 이유

사랑받지 못한 아이와 사랑받은 아이

오늘 ‘금쪽 상담소’ 이수진 님 편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엄마가 되어서도 아이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인가.

 방송을 보면  회자되는 , 불행의 물림이 기정 사실인  느껴지게끔 했다.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딸이 다시 엄마가 되어 딸에게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듯한 스토리…


많은 사람들이 이수진 님에게 돌을 던지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처음엔 “엄마가 철없네~”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반대로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빠에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형제들이 가끔씩 “아빠는 XX를 진짜 이뻐해”라고 툭 던지듯 말한다.

엄마는 나름 공평한 사랑을 실천하시긴 했지만, 내 기억상으론 가끔 내게 더 많은 것을 해주신 것 같다. “이거 사준 거 다른 애들한테는 얘기하지 마.” 이러신 적인 꽤 되니까.

그래서 나는 주관적으로는 내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생각한다. 자라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하다 느낀 적도 없었고, 다른 형제들을 질투하지도 않았다.


그게 어떤 장점이 있었을까.

첫째로 정서적 안정감이 있다. 사회에서 어떤 모진 일을 겪어도 집으로 돌아가면 늘 부모라는 따뜻한 안전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설령 누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그 사실에 집착하기 보다는  내가 부모님에게 지속적으로 받아온 믿음과 사랑을 기억해내 나로 하여금 그 핍박을 견뎌내게 한다.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그래서 대인관계가 비교적 편해지는 것 같다. 본인이 마음이 여유가 있고 안정되어 있으면 타인의 불안정한 마음에 휘둘리고, 불편해하기 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타인과의 트러블이 생겼을 때에는 단순히 그 사람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 사람 입장을 생각해 보고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잘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한다. 그러다 보면 대인관계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 것이 된다. (실제로는 잘 안맞는다 생각하는 사람과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게끔 잘 지낼 수 있다. ㅎ)


결론은 사랑받고 자라게 되면 더욱 원만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단점은?

아주 열심히, 치열하게 살진 않게 된다. 뭐든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뭔가 결핍이 있어야 그 결핍을 다른 부분에서 채우게 된다. 그게 돈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성공이 될 수도 있다.

콤플렉스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만한 의지와 노력도 뒤따라야 하겠지만.


나는 돌이켜 보면 늘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10만큼 할 수 있다면, 늘 7~8에 머물렀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부족하다는 느낌, 결핍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사회적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적당히 잘하는 길만 선택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 공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적 결핍은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좋은 방향으로 쓰면 남이 이루지 못한 성공을 이뤄낼 수도 있다. 어느 책에선가 성공한 CEO들, 정치인들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일반 평범한 사람들보다 높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은 해내지 못하는 초인적인 일을 해낸다고 생각한다. 이를 두고 진정한 성공이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늘 내면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 결핍 대신 다른 것을 이루어내지 않았냐고, 그 성과 역시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은 각자가 필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생각한다. 따라서 인생은 어떻게 보면 나름 공평한 법이다.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심리학이 각광받고 중요해졌지만, “사랑”이라든가 “정서적 안정감”만을 지나치게 신격화시키진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선하고 좋은 것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어둡고, 나쁜 것들이 우리 삶에 엄연히 존재하며, 그것들이 나를 더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기도 하는 법이다. (생각해 보니 이런 생각이 나의 석박사 논문의 주요 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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