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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Dec 14. 2023

대하소설을 읽는다고?

소설은 역시 대망이지

솔직히 소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 것 같다. 좀 편식이 심하달까? 어느 작가만을 중심으로 읽는다거나(폴 오스터, 밀란 쿤데라), 아니면 그냥 대하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나의 첫 번째 대하소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었다. 고등학교 때였고, 만약 이걸 안 읽었으면 나는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생각나는 건 ”소화“라는 무당(?)집 여자…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생각한다. 그 외에 공산주의라던가, 여러 이데올로기들은 이제 기억 속에선 흐려졌다.


이후 20대에 나는 <대망>을 읽었다. 왜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은근 야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때는 내가 제대로 된 직장을 나름 성실하게 다니고 있는 때였다. 일이 딱히 힘들지도 않았고, 나름 워라밸이 가능한 직장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곳을 일 년 정도만 다니고 때려치다가 다음 해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때는 잘 몰랐다. 내가 왜 삶에서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꾀하는 건지… 도대체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인생이 흘러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박사 입학에 합격했음에 큰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대망>이 그때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알게 모르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의 태도, 그러니까 야망에 대한 끈질긴 인내를 배웠기 때문에 박사 과정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을 인내한 후 마침내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좋은 직장에 만족하며 계속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박사 과정은 힘들고도 고독했다. 그리고 마침내 학위를 받기까지의 우여곡절은 얼마나 지난했는지…! 그래도 참고 견딘 건, 바로 <대망> 덕분이 아니었는지… 이제야 그렇게 퍼즐이 맞추어지는 느낌이다.


최근에 나는 또 대하소설을 읽고 싶은 욕망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택한 것은 고대의 인물, 람세스!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를 열독중이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보니, 다소 이질감도 없지 않지만(먼 마법사가 흑마술을 쓰는 등 환타지적 요소들도 있다는…) 한 위대한 인물의 삶을 추적해 보는 일은 실로 흥미롭다.


이번 대하소설 독서를 통해 나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들을 벌이게 될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데 이 나날들이 참으로 좋다. 두 아들은 이제 서로 어울려 노는 법을 알게 되어 엄마의 독서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굿보이~!


올 겨울은 책을 많이 읽고, 간간히 날이 좋을 때는 러닝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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