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오랫동안 따뜻한 나라에서 지내던 나는 한국의 겨울이 늘 낯설었다
이제 몇 해가 지나가니 살을 베는듯한 찬바람은 여전히 견디기 힘들지만 눈 내리는 날은 마음이 포근해지고 따뜻해진다
아마도 눈은 지나온 시간을 하얗게 덮어주는 가보다
눈 내리는 날이면 희미한 기억들이 하나둘 피어오른다
웃던 얼굴 울던 밤 그렇게 부딪히고 버텨온 지나온 많은 시간을 견뎌온 내 모습까지도
나는 눈 오는 날이 좋다
마치 눈이 내 삶의 골짜기마다 남아있던 슬픔과 기쁨을 하얀빛으로 부드럽게 덧칠해주는 것 같다
그 모든 지나온 시간들이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빛나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내린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이 모두 하얗게, 고요하게 내려앉는 것 같다 그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