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에서
잘 피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채로 버텨온 그 자체가 의미라는 말이
줄지어 놓인 화분처럼 지금의 마음에 가만히 닿는다.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나는 여러 가지 다짐과 계획을 세우곤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그 계획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똑같이 반복되는 다짐은
늘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오늘은 25년도의 마지막 남은 하루.
이제는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
가장 아팠던 순간 하나,
그리고 가장 고마웠던 순간 하나를
조용히 떠올려 본다.
이제는
큰 변화를 만드는 삶도,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삶도 아닌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일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다.
내 마음을 속이지 않고
아픈 건 아프다고 인정하며
슬프면 슬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삶.
오늘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지금의 나를 조금 덜 미워하는 것.
그거 하나만 바뀌어도
충분히 ‘변화’라고 생각한다.
의미를 묻는 삶을 살며
나는 오늘도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또 그렇게 새로운 해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