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잠시 쉬러 계양구 딸 집에 왔다가
새로 지어진 아파트
그리고 곁에 새로운 많은 상가들을 바라보며
오래된 기억이 문득 나를 불러 세웠다
그 모습이 왠지 마닐라의 베니스몰을 닮은 듯하여
옛 추억을 소환시켰다
좀 다른 건 마닐라에는 베니스몰 안쪽으로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물길이 흐르고 곤돌라도 떠다니기도 하다
나는 그곳 마닐라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여행업과 가이드 요식업까지 다양한 비즈니스로 바쁘고 화려했고 때로는 치열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나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다 펜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모든 것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고 난 준비할 겨를도 붙잡을 여유도 없이 사업은 멈추었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픈 기억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 그곳의 풍경들이 물결처럼 마음을 스쳐간다 그래서 오늘, 펜을 들고 기억을 꺼내어
그려 보았다
물길과 유럽풍의 건물을 그리며
베니스몰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서울 어느 거리에 서있지만,
가끔은 내 안에 두 개의 도시 속에 서있는 듯하다
한쪽은 화려하고 치열했던 마닐라의 기억,
또 다른 한쪽에는 오늘의 일상이 잔잔하게 자리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아직도 그 시간들은 물길처럼 이어져 흐른다
오늘은 살을 에는듯한 추위를 피부로 느끼며
나는 과거와 현재가 부드럽게 맞닿아 흐르는 자리에서 오늘도 난 또 과거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