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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둥 May 11. 2022

4. 사랑 - 필레오(φιλέω)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우리는 대중가요를 통해서 너무나도 흔하게 사랑을 노래 하지만 정작 어디서도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 이렇게 중요한 키워드를 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인생에서 이토록 중요한 키워드가 또 있을까?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이 키워드를 우리는 왜 이렇게 무성의하고 가볍게 다루고 있을까? 수능에서 국영수를 합친 배점 보다 이 사랑이라는 과목의 배점을 훨씬 큰 비중으로 다루어야하지 않을까? 내가 과연 올바르게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사랑 받고 있는 것인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이기적이 인간이 타인을 어떻게 사랑 해야하는지 아무도 진지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가슴에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스물스물 올라와서 나를 황홀하게 하는 신기한 감정 쯤으로 여긴다. 이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파멸의 길을 걷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것으로 인해 용기를 얻고 일어서기도 한다. 이것으로 인해 예수님은 죽음을 택했고 또 누군가는 생명을 얻었다. 사랑에 대한 적극적인 고찰은 방대한 내용이기에 여기서는 축약해서 서술하고 다른 기회를 찾아봄이 바람직한 것 같다.

사랑은 신적인 사랑(아가페), 우정(필레오), 남녀간의 사랑(에로스), 부모의 사랑(스테르고)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신적인 사랑은 앞서 언급된 파우스트의 그레트헨이 구원을 이루게 된 근거가 된다. 작가가 의도한 구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가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기에 제외 되고 우리에게 주어진 나머지 세 가지 사랑에 대해서만 책에서 기술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랑을 통해서 어떻게 구원이 이르게 될까? 


4. 사랑 - 필레오(φιλέω) <어린왕자>

청소년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봤을 법한 책이 어린왕자 인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지 중학교 때인지 모르겠지만 국어 교과서에서도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 부분이 실렸던 기억이 있다. 내용에 대한 언급은 생략해도 무방할 듯 싶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위주로 풀어 보자. 이 챕터의 부제은 ‘우리가 만나지만 우리가 만났을까’이다. 매일 출근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여러 일을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만났을까? 예전에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한 번도 사막의 의미를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저자는 사막이 도시에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조종사는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내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지요. 인간은 자신을 인간으로 알아주는 상대 앞에서만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런 상대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따라서 그런 상대와의 만남만이 진정한 만남이라는 것을, 그렇지 않은 만남은 아예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외로운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남이 없어서라는 것을, 만남이 없는 모든 장소가 곧 사막이라는 것을, 사막은 도시에도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자》를 썼습니다.

-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구원의 대전제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구원의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근거로 혹은 어떠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나란 존재는 유명한 김춘수의 시 ‘꽃’처럼 누군가가 인식해 주었을 때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인지해 주기 전까지는 나도 스스로의 존재를 인지할 수 없다. 즉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를 맺음으로서 나와 너란 존재가 개화 되는 것이다. 여우의 말처럼 서로가 서로를 길들여야 우리는 비로소 그 동안 숨겨진 가능태에서 현실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말로 존재하고 싶다면, 이 삶이 아름다고 가치 있는 것이라 느끼고 싶다면 소중한 관계를 많이 만들어 봄은 어떨까? 삶이 사막과 같이 삭막하다고 느껴진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소중한 관계를 통해서 여우처럼 새로운 세상을 열어 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난 좀 지겨워.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의 인생이 환하게 밝아질 거야. 나는 모든 발자국 사이에서 너의 발자국 소리를 구분하겠지. 만약 다른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바로 굴속으로 숨을 거야. 그렇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마치 음악인 양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내겠지. 그리고 저길 봐.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그래서 밀은 나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존재야. 밀밭을 보아도 나는 어떤 감흥이 생기지 않지. 그건 나에겐 정말 슬픈 일이란다. 그러나 너의 머리카락 빛이 금빛이니, 네가 나를 길들여 놓게 되면 얼마나 멋지겠니? 난 금빛으로 빛나는 곡식을 볼 때마다 널 생각할 테니 말이야. 그리고 밀밭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테지······.

- 생택쥐베리<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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