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 마음
나는 사람에게 기만을 당했어. 게다가 한 핏줄인 집안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지. 그건 결코 잊을 수가 없어. 내 아버지 앞에서는 선량한 사람이던 그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용서하기 힘든 파렴치한으로 변해 버렸어. 그들에게서 받은 굴욕과 피해를 나는 어려서부터 오늘날까지 짊어져야만 했어.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그런 부담을 떠안고 가야겠지. 죽을 때까지 그걸 잊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 복수는 하지 않고 있어. 생각해 보면 개인에 대한 복수 이상의 것을 실제로 한 셈이지. 그들을 미워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대표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증오하는 법을 배웠으니까.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작은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했던 당시에 나는 남을 믿을 수 없다고 절실히 느꼈던 게 사실이지만, 남을 좋지 않게 본 것뿐이지 아직 나 자신은 정확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상이야 어떻든 나만은 반듯한 인간이라는 신념이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던 게 K와의 일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나 역시 그 작은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의식이 들면서 갑작스레 휘청거렸습니다. 남에게 진저리를 냈던 내가 나 자신에게도 진저리가 나서 어떻게도 해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계의 자극에 통통 튀어 오릅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쪽으로든 힘껏 나아가려고 하면 그 즉시 무서운 힘이 어디선가 달려와 내 마음을 움켜쥐고 옴짝달싹 못 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힘은 찍어 누르듯이, 너는 아무것도 할 자격이 없는 인간이다, 라고 얘기합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바짝 움츠러듭니다. 한참 지나서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또다시 압박이 들어옵니다. 이를 악물고 왜 이렇게 나를 방해하느냐고 소리를 내지릅니다. 불가사의한 힘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습니다. 그야 네가 더 잘 알잖아, 라고 말합니다. 나는 다시 시들시들 움츠러듭니다.
… 자유와 자립과 자아가 넘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대가로 하나같이 이런 외로움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