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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운동 시간

수전증을 앓는 아버지

by 피닉스

뇌허혈증이 있는 아버지는 손을 심하게 떨어 식사가 끝난 후에는 식탁바닥에 흘리는 음식이 수북하다. 식사하시는 중간에도 내 눈치를 보며 흘리는 밥과 반찬을 주워 드시려고 불편한 몸으로 허리를 굽히신다.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아버지 흘린 것은 주워 드시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진지 드신 후 제가 치울게요." 바닥에 음식 흘렸다고 한 번도 눈치 준 적이 없는데 아버지는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뇌신경에 관한 질병이 있다 보니 식사를 하시다가도 조용해서 쳐다보면 꾸벅꾸벅 졸고 계시고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안 나와 문을 열어보면 또 졸고 계신다. 젊은 시절부터 그랬다. "또 졸고 계시네" 하면 눈을 뻔쩍 뜨고 화를 버럭 내며, 안 졸았다고 뻑뻑 우기시는 모습이 기가 막히고 아이처럼 귀여워서 웃어넘긴다.


나이 20대 중반 무렵부터 부모님은 교회를 다니셨고 나도 몇 년간 다닌 적 있는데 예배시간 내내 졸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유유히 일어나 사라지곤 하시던 아버지가 미웠고, 목사님과 교인들 앞에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었는데 정작 본인은 당당했다. 매주 교회에 가서 졸다가 오시려면, 다시는 가지마시라고 엄마도 나도 신신당부를 해도 한주에 두 번의 교회 출석(주일예배, 수요예배 )은 줄기차게 이어졌고, 그 신성한 자리에서의 조는 버릇은 30여 년의 세월 동안 고쳐지지 않으셨다.


내가 아버지를 모신 후,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고 시키는 운동이 있다. 하체에 힘이 없다 보니 거동이 힘들어 스쿼트를 시켜보니 다리에 힘이 없어 자세가 안 나와 아예 시도 자체가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앉거나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부터 시키는 중이다. 복근과 고관절 운동인 다리 들기, 혈액순환에 좋은 팔, 다리 털기, 팔근육을 기르기 위한 아령 들기, 뇌기능 강화에 좋은 두피 치기와 간단한 암산하기 등이다.


잘 수행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열심히 따라 하신다. 시켜놓고 내가 전화를 받거나 집안일을 하면 슬그머니 내리고 게으름을 피워 아예 그 시간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둘이 같이 운동에 임한다.

마지막으로 암산하기는 5 +8= 뭐예요? 13, 25+ 35= 뭐예요, 60, 692+ 295= 뭐예요? 987

가히 왕년에 계산의 일인자답게 거뜬히 세 자리까지 통과하신다. 손뼉을 치면서 칭찬으로 마무리하고 "제가 누구죠?" 하면 "몰라" 하시며 잘 나가다 또 삼천포로 빠지신다. "제가 아무 관계도 아닌데 우리 집에 안 가고 여기서 먹고자며 밥 해주는 사람이에요?""조카가?" "제가 누군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딸이가?" "아이고 아버지 딸이란 소리 진짜 듣기 힘드네요." 그러면 "허허허 " 하며 천연덕스럽게 웃으시는 모습에 같이 폭소리를 터뜨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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