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메뉴 도전은 계속된다!
하루에 세끼를 모두 집에서 해결하게 되면서 적절히 음식 종류를 분배하는 노하우도 늘어 간다. 아침에 빵을 먹는다면 점심은 밥을 먹고, 점심에 밥을 먹으면 저녁은 면을 먹는 식이다. 점심 저녁을 모두 밥을 먹으면 어딘가 아쉽고, 모두 면을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어딘가에서 탄수화물을 종류별로 선호하는 정도에 관한 질문을 봤다. 한국인이 접하는 탄수화물인 '밥빵면떡죽' 중에서 선호도를 나열해 보세요~ 이런 릴스였는데, 사소해 보이는 질문인데 엄청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밥면빵떡죽이라고 답하자니 소금빵과 뺑오쇼콜라와 사워도우 샌드위치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밥빵면죽떡이라고 하려니 평양냉면과 파스타가 서운해할 것 같고, 밥빵면떡죽이라고 할까 하니 전복죽을 이렇게 대접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그때 당기는 탄수화물이 다른 것일 뿐 절대적인 선호는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그동안의 다양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려고 노력한 집밥 일기 스타트! (물론 단백질도!)
단백질도 채우고 싶고 채소도 먹고 싶지만 귀찮은 건 싫고 속도 편한 한 끼를 먹고 싶다! 하면 무조건 선택하게 되는 메뉴인 양배추참치덮밥이다. 가장 귀찮은 과정은 양배추를 채 써는 과정일 정도로 품이 많이 안 들고, 설거지도 간단하다. 양배추는 한 통을 남김없이 다 먹기가 정말 힘든 채소 중에 하나인데, 일단 크기가 너무 커서 그렇다. 크기가 큰 데에 비해서 한 번에 많이 먹기가 힘들고 오래 냉장고에 보관하면 절단면이 까맣게 변해서 양배추가 새까매져 버리진 않았을지 냉장고를 열 때마다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이런 고충을 양배추 재배 농부님들도 눈치채셨는지, 요즘은 크기가 작은 품종의 양배추가 많이 나온다. 미니양배추같이 보통의 양배추와 맛은 동일하지만 크기만 작은 양배추도 있고, 고깔양배추 같이 고깔모양으로 생긴 작은 양배추도 있다. 고깔 양배추는 일반 양배추보다 조금 더 잎이 얇고 부드러워서 상추와 양배추의 중간 정도 식감이다. 아니면 Brussles Sprout (방울양배추) 같은 품종도 있다. 가끔 스테이크를 먹을 때 사이드 디쉬로 나오는 방울토마토 크기의 양배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서 자주 사지는 않게 된다.
어떤 양배추 품종도 상관없으나, 아삭한 식감이 좋다! 하면 일반 양배추를, 부드러운 게 좋다! 하면 고깔 양배추를 선택하면 되겠다. 조리 과정은 정말 간단한데, 채 썬 양배추를 올리브오일에 잠시 볶다가 멸치액젓 또는 굴소스 조금으로 간을 하고 캔참치 1개, 달걀 1개를 깨뜨려서 잠시 익혀 밥 위에 올리면 끝이다! 왠지 운동 후에 먹으면 단백질이 많이 채워져서 뿌듯한 마음이 들게 하는 메뉴다.
마트에서 생물 전복을 정말 좋은 가격에 팔길래 덥석 사 와서 처음으로 전복 손질에 도전해 보았다. 일단 현대인의 지식백과 유튜브로 전복 손질법을 공부했는데, 어디에서는 전복 옆쪽으로 숟가락을 넣으라 하고 어디에서는 입 쪽으로 넣으라 하고 어디에서는 뒤쪽으로 넣으라 하고 다 하는 말이 달랐다. 어쩔 수 없이 일단 해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무작정 시작해 보았다. 처음 몇 개의 전복은 내장이 다 터져서 남은 내장이 거의 없었고, 내 경험 상 전복의 입 쪽으로 숟가락을 넣어야 내장이 손상받지 않고 깔끔하게 전복 살이 떨어져 나왔다.
전복 손질은 시간과 여유가 많은 분들께만 추천드리고 싶은 작업이다. 솔로 전복 옆구리를 닦아내는 작업, 입에 칼집을 내서 식도와 입을 빼내는 작업,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내장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전복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해산물이기 때문에, 난 다음에도 할인하는 전복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른 전복살은 버터에 살짝 볶고, 내장, 맛술, 액젓을 넣고 갈아낸 내장 소스를 밥과 함께 볶는다. 살짝 볶은 전복을 넣고 섞어주면 볶음밥 완성! 깨를 뿌려주면 더 고소하다. 사진은 남은 밥의 양에 비해서 내장 소스가 좀 많아서 색이 진해졌다. 전복 4마리 정도의 내장 소스면 2-3인 분의 볶음밥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평소에는 비싸서 잘 사지 않던 모시조개가 할인하길래 호사스러운 봉골레를 만들어 보았다. 어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모시조개와 바지락을 섞어서 봉골레를 만들기도 하던데, 모시조개와 바지락에서 나오는 맛이 서로 달라서라고 들은 적이 있다. 정말 바지락 봉골레만 먹다가 모시조개로만 봉골레를 만들어보니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진하고 짭짤한 맛은 바지락에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은 모시조개에서 나오는 듯하다.
모시조개는 바지락보다 껍데기가 두꺼워서 이물질이 씹힐 가능성과 깨진 조개를 발견할 가능성이 적어서 좋다. 역시 맛도 정말 좋았다. 면이 크리미 한 소스를 쏙 흡수해서 감칠맛이 정말 훌륭했던 봉골레!
역시 운동 마치고 먹으면 득근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메뉴이다. (그렇지만 득근은 정말 어렵다.) 레시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채소와 닭가슴살을 넣은 간단한 메뉴이다. 한 가지 특별한 게 있다면 난 볶음밥에 토마토를 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토마토가 조금 들어갔다는 정도? 닭가슴살, 달걀, 파, 당근, 토마토, 양파를 밥과 함께 볶은 별거 아니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좋은 메뉴!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알리오올리오와 착각할 수도 있는 메뉴지만 막상 먹어보면 맛이 전혀 다르다. 감칠맛 폭탄 앤쵸비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재료는 올리브오일, 앤초비, 마늘, 페퍼론치노, 이탈리안 파슬리가 전부지만 맛은 정말 꽉 차있다. 감칠맛(우마미, umami)에 미쳐 있는 한국인들에게 맞춤인 파스타라고 생각한다. 집에 앤쵸비가 몇 개월간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일전에 올리브 타프나드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뭐에 써먹을까 생각하다가 앤쵸비 파스타를 처음 도전 해 보았다.
역시 조리 과정은 정말 간단해서 마음에 들었다. 올리브오일에 앤쵸비를 녹이고 마늘, 페퍼론치노, 이탈리안 파슬리를 넣으면 소스는 끝! 면수 조금과 삶아진 면을 넣고 만테까레를 몇 번 해주면 끝이다. 먹다가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조금 넣어 주면 질리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다. 한식에서는 냉채나 냉국 이외에 신맛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따뜻한 음식에 신 맛을 추가하는 게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다. 그런데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음식에 약간의 신 맛을 첨가하면 갑자기 상쾌한 맛이 되어서 무한대로 먹을 수 있게 된다.
가지토마토파스타도 여름이 가기 전에 서둘러해 보았다. 가지가 많이 나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많이 먹는다고 하고, 이탈리아어로는 'Pasta alla norma'라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가지는 'Melanzane'로 알고 있었는데, 왜 'Pasta alla Melanzane'가 아니고, 다른 이름일까 궁금했는데, Norma는 벨리니의 오페라 제목이라고 한다. 왜 가지토마토파스타에 오페라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올리브오일을 팬에 넉넉히 넣고 깍둑썰기한 가지를 넣어서 중 약불에 오래 볶으면 기름을 흡수했던 가지가 노릇해지면서 오일을 모두 뱉어내는데, 가지향 기름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이다. 가지향이 입혀진 오일에 토마토 퓌레를 넣고 약불에 30분 정도 졸이면 된다. 가끔 집에서 토마토소스를 만들면 시큼한 맛이 날 때가 있는데, 이때 설탕을 조금 넣어주면 시큼한 맛이 잡힌다. 묵은지로 김치 볶음을 할 때 설탕을 넣는 원리와 같다. 소스가 완성되면 알덴테로 익힌 면을 넣어서 살짝 만테까레 해주면 된다. 마지막에는 바질을 조금 넣어주면 좋다. 바질+토마토 조합은 정말 완벽하다. 언젠가는 꼭 바질을 직접 키워서 바질 페스토 김장에 도전하고 싶다.
김밥은 정말 완벽한 음식이다. 저속노화 교수님은 김밥이 혈당을 빠르게 올려서 혈당 스파이크와 식곤증을 유발한다고 하셨지만 김밥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현미잡곡밥을 최대한 김 위에 얇게 핀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조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김밥의 가장 좋은 점은 저 동그란 한 알을 입에 넣는 것만으로 엄청난 만족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맛을 한 번에 느끼려면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계속 입에 넣어야 하는데, 김밥은 한 알만으로 온갖 맛과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 한 번 고생해서 많이 말아 놓으면 세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고, 돌아다니면서 배고플 때 한 알씩 집어 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맛이 좋다. 이번에도 김밥 8줄로 거의 네 끼를 해결했다. 마지막 한 끼는 역시 냉장고에 넣어둔 김밥에 달걀물을 묻혀 팬에 지져 먹는 김밥전으로 해결했다.
여전히 삼시세끼 차리고 먹고 치우고 하는 나날들을 반복하고 있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신메뉴에 도전하는 재미가 여전히 있다! 인간은 왜 세 번의 밥을 먹도록 정착되었을까. 혹자는 굳이 세 번 먹지 않아도 되고 한 번 내지 두 번을 먹어도 된다고 한다.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므로 오늘은 귀찮으니까 나도 아침은 거르고 점심 저녁 두 끼만 먹는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