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가 아니라, 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어떻게든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읽는 사람이 감탄하게,
합격하게,
놓치지 않게.
그런데 이상하게,
잘 쓰려고 할수록
나는 점점 내 이야기에서 멀어지고 있었어요.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문장만 남기자.
그때부터
자기소개서는 조금씩
‘지원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정리하는 글’로 변해갔어요.
한 문장씩 줄였어요.
수상 경력?
→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열심이었는가?
영어 점수?
→ 언어 말고, 내가 정말 잘 전달하고 싶은 건 뭘까?
봉사 활동?
→ 그 일이 내 삶에 남긴 건 뭘까?
결국 남은 문장은 세 가지였어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 뭘 견뎌왔는지,
이 학교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걸 쓰고 나니
합격 여부보다
그걸 내가 직접 정리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나는 그동안
내 실패를 자꾸 가렸어요.
단점은 삭제하고,
아픔은 스킵하고,
경험은 이력처럼만 써왔죠.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내 실패를 끝까지 들여다봤어요.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왜 아직도 이걸 포기 못 하는지’가 있더라고요.
지원서 한 장을 쓴 게 아니라,
나는 진짜 나를 한 번 정리하고 나왔어요.
이 시리즈는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로 끝났어요.
결과는 아직 몰라요.
그런데 확실한 건,
이걸 해낸 ‘나’는
예전의 나와는 다르다는 것.
혹시, 지금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당신이 있다면
내가 드릴 수 있는 건
이 말 하나예요.
지원서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먼저 써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가
한 사람의 방향을
조금 바꿔줄 수 있었다면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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