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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Apr 18. 2021

결재 라인은 꼭 지켜야 하나요?

너희가 공무원을 아느냐


국가 공무원인 K 과장,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담당계장과 함께 차장한테 에너지 절감계획을 보고하고 있는데 국장이 들어왔다. K 과장은 국장님한테 보고하려고 갔다가 자리에 계시지 않아서 차장님한테 먼저 보고하고 있는 중이라고 차분히 말을 했다. 그런데 국장은 결재선을 무시했다며 바로 차장과 담당계장 앞에서 버럭 역정을 내는 것이 아닌가.  K 과장은 결재선을 무시한 것은 큰 죄일까. 그리고 K 과장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공무원은 전결위임규정에 의해 결재라인이 있다. 통상 결재라인에 따라 결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긴급 보고이거나 참고 보고, 혹은 첩보 보고같은 경우 결재라인을 무시하고 보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K 과장은 관리자로서 결재라인을 어겼다는 국장의 역정을 듣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역정을 내는 국장 앞에서 참고 보고여서 차장님한테 먼저 들어왔다고 당위성을 이야기해도 그것은 오히려 국장한테 있어서 구구한 변명이나 설명 따위로 들릴 것이니 차라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K 과장은 어떻게 해야 될까.

 

그 자리에서 굳이 결재라인을 무시한 것에 대해 어떠한 이유를 대서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나름대로의 국장을 설득한 논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후 하루나 이틀 지나 국장실에 가서 결재라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먼저 차관급 기관인 결재라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계장이 있는 기관에서는 통상 계장이 국장과 차장의 결재를 단독적으로 맡고 청장한테는 계장이 보고를 하거나 과장과 계장이 함께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국가직 중에는 차관급이지만 계장이 없는 기관도 많이 있다. 이 기관의 경우는 실무담당이 국장한테 보고를 하고 차장과 청장은 전문성을 고려하여 과장과 실무담당이 함께 보고를 하고는 한다. 

 

그러면, K 과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계장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과장이 차장한테 보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담당 계장이 사전에 보고를 했지만 보고 내용에 대해 상급자의 만족도가 떨어져서 직접 과장이 에너지 절감 계획 보고서를 수정해 보고를 한다고 것이 오히려 결재라인을 어겼다는 이유로 계장과 차장 앞에서 면박을 당한 셈이다. 


특히 그 기관의 경우는 주요 정책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부터 결재라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타기관에서 부임해온 국장이 기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역정을 낸 것이다. 


K 과장은 그다음 날, 국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담당계장을 모아놓고 국장님이 결재라인을 중요시 여기고 있으니 앞으로 국장님께 보고를 드릴 때는 반드시 결재선을 지키라고 지시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관의 경우 과거부터  정책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부터 상급 결재자가 자리에 없으면 그다음 상급자한테 가서 보고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사실 대부분의 상급자는 결재라인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단순한 참고 보고여도 결재라인을 어기는 것을 이해 못하는 상급자들도 있다. K 과장의 경우는 국장이 부임해 온 후 결재 마인드에 대해 살펴봤었어야 하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 행동했던 것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른 면도 있었다. 


상급자가 새로 바뀌면 처음에는 결재 라인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그다음 상급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결재라인을 변경해서 보고를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급에 순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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