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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Mar 13. 2021

시보 떡을돌려야 하나요?

너희가 공무원을 아느냐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공무원 시보 떡이 전파를 탔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시보 공무원이 백설기 하나씩 시보 떡으로 돌렸더니 옆 부서 팀장이 떡을 받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고 막내라서 저녁에 사무실 쓰레기를 비우는데 버려진 시보 떡을 보고 밤새 울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달이면 시보를 떼는 M 씨, 시보 떡을 돌려야 할지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될까? 



공무원은 합격 후 발령을 받으면 정식 공무원이 안니 6개월간 임용후보자, 즉 시복의 과정을 거친다. 6개월의 시보 과정을 무사히 마쳐야 정식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통상 시보기간은 감사의 부담이 되는 업무나 담당자의 결정이 필요한 업무를 주지 않고 있으나 일부 기관은 본인이 직접 업무의 담당자가 되기 때문에 예민한 업무를 시보가 되자마자 직접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6개월의 시보 과정이 끝나면 직속상관들의 근무평정 점수에 의해 정식 공무원으로 인사발령을 받는다. 이 시보 기간이 끝나고 정식 공무원이 되었을 때 ‘시보 때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돌리는 떡이 바로 시보 떡이다.

      

요즘 시보 떡을 맞춰준다는 업체들의 인터넷 홍보성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시보 떡과 함께 전하는 감사 편지 문구도 여러 가지 형태로 떠돈다고 한다. 시보 떡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어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시보 떡을 돌리는데 월급의 반이 쓰였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보 떡의 역사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시보 떡은 최근의 조직문화에 편승해서 만들어진 문화이다. 내가 95년도 임용된 후에 시보 떡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나 역시 돌리지도 않았고 받지는 않았다. 시보 떡을 받은 것은 1년 전과 2년 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28년 공직생활과 4개의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시보 떡을 돌린 경우가 최근의 2건이라고 한다면 분명히 시보 떡이 공무원 문화를 대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정형편이 곤란하여 가장 싼 백설기 시보 떡을 돌렸더니 팀장이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이야기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첫 번째는 본인의 이야기도 아니고 타인의 이야기를 엉성하게 올린 글이다. 글에 대한 진정성도 묻어나지 않고 대충 쓴 글인데 왜 그렇게 국민들은 분노하는 것일까. 

     

두 번째는 막내여서 팀장 쓰레기를 비우다가 시보 떡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 글 역시도 공감을 얻지 못한다. 공무원이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은 벌써 20년 전에 없어졌다. 과거에는 업체에 용역을 주었고 지금은 환경미화 공무직이 버리고 있다.   

   

세 번째는 백설기 시보 떡을 받고 팀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부분도 이해하기 힘들다. 신입이 준 시보 떡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지 누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겠는가.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힘든 부분이다.       


여하튼 언론에 시보 떡이 보도된 후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새내기를 울린 적폐로 규정하고 있고 행안부에서도 직접 장관이 나서 불합리한 관행이라며 타파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다.      


시보 떡은 역사성과 유리된 최근의 사회 문제다. 국회와 언론에서 적폐라고 규정하는 이상 시보 떡을 돌려야 하는 의미와 명분도 이제 희석되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보 떡을 받는다면 오히려 직원들이 더 부담이 될 것이다.

      

28년의 공직 경험으로 봐서는 이제 더 이상 시보 떡을 돌릴 필요가 없다. 시보 떡은 메스를 들이대야 할 새로운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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