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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Mar 19. 2021

같은 부서에서 연애해도 괜찮나요?

너희가 공무원을 아느냐




공직 생활 3년 차인 Y 씨, 요즘 공직 동기와 연애 중이다. 부서 내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얼마 전 놀이동산에 갔다가 부서 선배를 보고는 심장이 막 두근거려 혼비백산했던 경험이 있다. 둘은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화등잔 놀라 숨기에 급급했다. 문득 Y 씨는 이렇게 숨어서까지 연애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Y 씨의 연애는 무죄일까.



요즘은 직장 내에서의 사내 커플은 흔한 일이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젊은 청춘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는데 국가 기관이라고 해서 그것을 강제할 이유가 있겠는가. 공직에서 연애가 이루어지는 배경을 알아보고 직장 연애의 장단점, 또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0년 전 사무실에 신입 여직원이 들어왔다. 과장은 대학 때 사귀던 남자 친구가 있다는 여직원의 말에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그 여직원한테 직장 내에서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당분간 숨기라고 말했다. 과장은 그 신입직원한테 굳이 부서 직원들을 속이면서까지 진실을 외면하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마도 과장이 고려했던 부분은 바로 소문이었을 것이다. 공무원은 의외로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한번 소문이 나면 속사포처럼 빨리 전파되는 것이 공직의 특징이다. 예컨대 모 직원이 술 마시고 계장한테 대들어 하극상을 저질렀다거나, 결혼한 모 직원이 신입 후배와 염문을 뿌렸다거나, 또 어느 부서 누가 음주운전에 적발되어서 지방에 있는 어느 하급기관으로 옮겼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은 금세 말의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간다.     

 

그중에서 가장 소문이 빠른 것이 바로 커플 연애다. 같은 직장 내의 리얼 로맨스는 더욱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회자된다. 만일에 하나 연애가 깨지기라도 하면 소문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급물살을 탄다.    

  

공직은 동료 선배 없이 서로가 잠재적 경쟁자다. 공직에서의 승진은 정치처럼 혼탁할 때가 있다. 승진은 잘 난 사람을 고르기보다는 못난 사람을 솎아내는 일이다. 심사위원은 대책을 숙의해 승진 적합자를 밀 때도 있지만 승진 부적격자임을 강조해서 링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요컨대 자신의 인맥을 승진시키기 위해 타 과의 직원을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 삼거나 과거 이혼 전력을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하는 경우도 있다. 사내 결혼 실패 역시 이상하게 일 안 하는 싱거운 연애질로 매도될 수 있다.      


업체 파견근무 할 때 일이다. 내가 아는 직원은 담당 업체 여직원이 마음에 들었다. 그 직원은 업무를 볼모로 퇴근 후 만나자고 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그 여직원과의 데이트로 연결되었다. 그들의 비밀 연애는 얼마나 주도면밀하고 용의주도했는지 청첩장을 돌릴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나중에 둘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정부기관과 업체 직원은 자지러졌다.       


그렇다면 직장 내 커플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먼저 단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직장 내 커플의 단점 중의 하나는 업무적 경쟁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애하는 사람끼리 상대를 이겨도 곤란하고 저도 상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커플 중에 여직원은 승진을 해서 인정을 받는데 남직원이 승진을 못한다면 커플 서로가 난감해질 것이다. 그래서 공직 선배들은 직장 내에서 이성은 돌보듯 하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직장 커플의 연애에 대한 소문이다. 연애를 할 때는 실시간으로 사생활이 직장 내에 중계될 수 있고 깨졌을 때는 오래도록 직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다. 공직은 연애의 실패하는 기류마저 비루하게 여기고는 한다. 실례로 내가 아는 직원은 연인 관계가 끝나자 구설수를 견디지 못하고 의원면직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직장 내 커플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첫 번째는 같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절대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공통분모로 인해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 회사의 문제가 있을 때 터놓고 의논할 수도 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동병상련이라는 말처럼 서로의 고충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애의 효율성이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야근도 많이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연인과의 데이트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직장 커플은 시간을 절약하여 자주 볼 수 있고 끝나면 다시 대열을 가다듬고 데이트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직장 연애는 무료한 생활의 새로운 활력소를 가져다준다. 만약 직장 연애에 성공한다면 가성비 최고의 연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 내 연애를 도대체 하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궁금할 것이다. 결론은 직장 내 연애는 당연히 할 수 있다. 다만 연애한다는 것을 굳이 직장 동료나 선배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신뢰하고 결혼이라는 확신이 서고 난 후에 공직에 알려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연애할 대부분의 직원이 상대를 바깥에서 찾으려고 한다. 보석의 결정체 같은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왜 멀리서 찾으려고 하는가. 공직 안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 것도 인생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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