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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Jul 01. 2023

장편소설 '마당이 있는 집', 그 치밀한 몰입감

김진영 장편소설


1. 들어가면서 


김진영 작가의 '마당이 있는 집'이 드라마로 방송되면서 장안의 화제다. 드라마가 묘한 긴장감으로 인기를 끌다 보니까 궁금증이 유발되어 원작소설로 회귀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먼저 책으로 접한 후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다. 


원작소설과 드라마는 제법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시체 냄새에 대해 살펴보면 원작에서는 친구들의 성화로 집들이를 하면서 화단의 이상한 냄새를 인정하게 되고 드라마에서는 이웃집 여자가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알려주면서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또 원작에서는 남편 김윤범이 아내가 임신을 하자 폭력을 멈추고 새 생명의 신비로움에 초점을 맞추지만 드라마에서는 초반부터 임산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아들 서지호도 원작에서는 학교에서는 여자 아이에게 성기를 보여주는 장면과 드라마에서는 죽고 싶다는 충동적 이야기가 서로 상충된다. 


김진영 작가는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연출해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경선에서 최우수 상을 받았을 것으로 유추한다. 경이로운 것은 소설 한번 써보지 않은 그녀가 등단도 하지 않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창과정에 지원했는데 심사위원의 압도적 찬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가정을 꾸린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펜스이면 가정 스릴러로 독자한테 끊임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2. 줄거리(스포주의)


김주란이 '창 너머로 화단을 보고 있었다'로 소설은 시작한다. 판교 신도시로 이사한 소아과의사 박재호의 부인 김주란이 집들이를 하는데 친구들은 정원에서 너무 불쾌한 냄새가 난다며 동물 사체일 수도 있다고 한다. 김주란 거름냄새라고 친구들에 에둘러 대꾸하지만 집들이가 끝나고 직접 정원을 파보니 가늘고 긴 사람의 손가락이 나왔다. 

 

김주란이 소아과원장인 남편 박재호에게 화단에서 끔찍한 것을 봤다고 이야기하자 남편은 화단을 대충 파더니 다시 흙을 덮어 원상 복구했다. 그리고 흙속에 조개껍질 같은 거랑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었다며 재미있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김윤범은 김주란이 쓰레기를 버리러 대문을 잠깐 열어둔 사이에 마당을 침범한다. 주란에게 남편 박원장한테 전달해 달라며 낚시가방을 건네준다. 주란은 남편의 허가 없는 선물은 받을 수 없다며 남편한테 전화를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주란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려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였다. 그런데 밤낚시 간 남편이 등을 보이고 누워 있었다. 어제 밤낚시 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주란이 묻자 남편은 비가 와서 취소했다며 가지 않았다고 한다. 주란이 새벽에 잠깐 깨어났을 때 남편은 집에 없었다.


사실 박재호는 밤낚시를 가지 않았다. 아내인 주란과 아들 승재를 재우고 화단을 삽으로 파서 이수민 시체를 꺼내 낚시 가방에 넣어 수원의 야산에 매장했다. 낚시 가방은 자신의 부모에게 전달했고 시어머니는 그 가방을 매일같이 빨아 말렸다. 


영업사원인 김윤범은 아내 이상은에게 큰돈이 들어올 것이라며 득의에 차 있었다. 아내 이상은은 박원장과 남편 김윤범이 밤낚시 하러 가는 날 몰래 수면제를 먹이고 차를 몰아 저수지에 빠트려 남편의 자살을 위장했다. 아내 이상은이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남편의 폭력적인 삶을 증오했다. 지금은 임산부라서 폭력을 유예시켰을 뿐이지만 또 언제 잔인한 폭력이 재생될지 몰랐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남편이 태아를 기념하기 위하여 가장의 사명감에 도취해 많은 보험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 돈이면 남편한테 폭력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은은 남편의 차를 뒤지다가 핸드폰을 발견했다. 조건만남을 하는 이수민의 폰이었다. 그리고 그 폰은 남편 이 술집에서 박원장에게 슬쩍 훔친 핸드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아과의사 박원장이 조건만남을 했다는 물증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수민의 시신이 수원의 한 야산에서 발견되었다. 


주란은 화단에 파묻혀 있던 긴 손가락이 이수민의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남편에게 이수민을 죽인 것을 사실대로 말하라고 울부짖지만 박원장은 아내 주란에게 알게 되면 후회하게 될 거라면서 사실은 김윤범한테 협박을 당해 죽이려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비가 많이 와서 그날 약속장소에 가지 않아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수민을 죽인 것은 본인이 아니고 아들 승재라고 했다. 


상은은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박재호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로 했다. 동태를 살피다가 어린 승재만 집에 있을 때 찾아갔다. 아빠 친구라고 하자 승재는 아무 의심하지 않고 문을 열어주었다. 상은이 내부를 기웃거리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생각한 승재가 아빠 친구면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상은은 이수민의 이름을 댄다. 승재는 기함을 하며 그녀에게 죽일 듯이 덤벼든다. 


상은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3억을 달라고 요구하자 주란은 3억은 너무 작다며 5억을 주겠다고 했다. 대신 그것은 남편의 몸값이며 남편을 죽여달라고 했다. 상은은 전에 자살로 위장을 해서 남편을 죽인 것처럼 주란과 살인을 모의했다. 


남편을 죽여달라는 제안을 상은은 의심하지 않았다. 상은은 오히려 제안을 듣더니 친밀한 눈빛을 보냈다. 그제야 주란을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주란은 상은과 같은 편이 될 생각이 없었다. 상은과 나눈 대화를 녹음해 남편에게 건넸고 남편과 다시 범죄를 모색했다.


상은이 주란집에 도착했을 때 박원장은 스무 알의 수면제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고 했다. 상은은 잠에 빠져 있는 박원장을 옮기기 위해 주란에게 타월을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여유를 부리는 김주란의 행동은 상은이 봤을 때 멍청해 보였다. 


타월을 가져가는 상은의 머리를 남편 박재호가 수석으로 내려쳤다. 순간 주란은 이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다음 제거 대상은 주란이 될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모든 범죄를 정신병력이 있는 아내에게 뒤집어 씌울 것이다. 남편이 지키고자 한 것은 가정이지 주란이 아니었다. 


주란은 한 손에 메스를 들고 방문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도와줘요 살려줘요' 주란이 소리쳤다. 이웃집 여자가 보았다. 남편이 천천히 문을 열었다. 주란을 끌어안았다. 사실은 결박이었다. 커다란 두 손이 주란의 목을 움켜잡았다. 목 가운데 숨통을 힘껏 누르며 주란을 완전히 제압했다. 남편은 '너 인생을 망치려고 그래? 네가 부탁한 거야. 저 여자 죽이라고 이 사달을 만든 것은 바로 너라고' 


주란이 마지막 힘을 내어 남편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계단을 굴렀다. 그런 주란을 지켜보는 누군가의 기척이 있었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상은이었다. 상은은 남편을 보고 크게 놀랐다. 남편은 목이 꺾인 채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었다. 


상은은 경찰조사를 받았다. 남편을 죽인 범인으로 박재호를 계속 의심했고 남편의 수상한 거래를 쫓아 수빈이라는 아이의 죽음까지 도달했다 증언했다. 그리고 박재호가 수민과 남편을 죽였다고 생각해 분노하여 집으로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상은과 한 달여간의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경찰은 박재호가 상은의 머리를 돌로 내리친 후에도 온몸을 구타했다고 한다. 주로 원한 관계의 사람한테 가해지는 폭력 패턴이라고 경찰은 덧붙였다. 상은 경찰 수사를 받고 풀려났다.


주란은 성호를 긋고 수민을 위해 기도했다. 화단에 시체를 숨겼다는 사실이 엽기적으로 느껴졌는지 동네를 비롯해 나라에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주란은 망상에 시달렸다. 고개를 돌리면 마당에 수민이 있고 남편이 서서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주란은 망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집에서 도망친다. 



3. 감상평


'마당이 있는 집'은 의사남편과 똑똑한 아들이 있는 부러울 것이 없는 단란한 가정에 살아가가다가 어느 날 화단에서 시체 냄새가 나면서 충격적인 반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을 하고 그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서스펜스적 스릴러로 그려진다. 


아들의 살인을 감싸고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소아과 의사 박재호, 과거 언니의 죽음으로 상처 깊은 아내 김주란이 결국 남편을 믿지 못해 벌어야만 하는 사투, 먹고살기 위해 의사와 부정한 커미션을 하다가 약점을 잡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제약회사 사원 김윤범, 또 그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다가 보험금을 노리고 결국 남편을 죽이려고 하는 아내 이상은.


작가는 이런 인물들의 치열한 심리묘사를 숨 막히는 소설적 전개로 식상하지 않게 스토리에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가슴 깊이 공감 가는 구절들도 많이 있고 적어도 소설로 갖추어야 할 흥미와 재미 그리고 긴장감마저 성공시켰으니 어느 독자가 열광하지 않을까.    


사실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 주란이 화단을 파헤쳐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소설의 픽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몰입을 반감시킨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누가 시체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박원장의 아들 승재가 수빈이와 어떤 관계였는지, 수빈이는 어떤 목적으로 승재의 집에 오게 되었는지, 승재가 죽인 것이 사실이라면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성이 결어 되어 스스로의 당위성을 상실하고 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스릴과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추천해도 좋은 책이다. 


 

4. 밑줄 친 부분


기반시설이 모두 갖춰진

노래를 부르거나 씩 웃으면서 교태를 부렸다. 

흘낏흘낏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가 잘못될 까봐 폭력의 유예기간을 둔 것뿐이었다. 

탄탄한 몸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필사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양가죽으로 만든 구두라 착화감도 부드럽고 편안했다.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커피 내리는 소리가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이억이라는 단어는 명료하게 각인됐다. 

머릿속이 뒤엉켰다

사지가 바르르 떨려오면서 다스릴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큰 소리로 말하는 여자가 경박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공적인 일은 공적인 통로로 접근하시죠

남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고통을 전시하면 안 된다고

간신히 잡고 있는 이성의 끈마저 놓게 만들어버렸다.

성급함이 모든 걸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그 미소는 불경스럽고 불쾌했다.

나는 들고 있던 백으로 여자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다.

능청스러운 말투, 능글맞음의 징표

내가 남편 세계에 속한 부속물처럼 여겨졌고 

스핑크스가 내놓던 난센스 퀴즈 같기도 했다

소름이 돋을 정도고 기시감(유, 데자뷰)이 들어 버스를 탈 수 없었다. 

이런 식이 대화는 넌덜머리가 났다.

단박에 나를 알아봤다. 

마치 센 척하는 미숙한 어린 남자 같았다. 

가식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웃음이 역겨웠다

우리의 결혼식이 분에 맞지 않는다며 속물적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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