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면 똥을 싸도(특별한 짓을 하지 않아도) 박수를 친다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영화배우 박정민의 산문집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글이 술술 잘 읽히고 글재주가 좋으며 나의 가슴을 울리는 책이지만 ‘만약 저자가 유명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사람의 자서전에 대해서 깊게 관심 있어했을까?’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박정민 배우님의 글은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다. 절대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애정하는 영화 라라랜드에서도 보아하니 유명한 영화배우를 동경하는 무명배우 엠마스톤이 카페알바를 하는 모습과 유명해지고 난 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당당히 ‘구매’하는 엠마스톤의 모습을 극명하게 연출했다. 왜일까?
유명하지 않다면, 아무리 보석 같은 작품일지라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작품의 고유한 매력을 하나하나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일이 된다. 동시에,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아 무명 작품이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 인물의 인생이나 세세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질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중에서 일류는 자신의 매력을 당당히 인정받고 타인에게 사랑받지만, 대다수에게는 매우 목이 타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유명함’이라는 것은 하나의 명패가 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특히 지금의 사회로서는 더더욱.
나의 글이 세상에 알려지기 바라는 나는 유명인들이 집필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때마다 소심하게 질투하는 마음 반, 부러운 마음 반 품은 채, 내가 금방 유명해지면 될 일이라며 스스로에게 구차한 변명만 이리저리 둘러댈 뿐이었다. 하지만 모든지 유명해야만 성공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나의 유치한 핑곗거리 있음을 어느 순간 눈치챘다. 그들도 유명해지기까지 꽤 험난한 길을 달려왔음을, 단순히 ‘유명함’이라는 명사를 질투하기보다 나와 같은 출발선을 두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들은 유명해지기까지 과연 얼마나 많이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보았을까, 얼마나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의 용기를 끌어올렸을까, 자신의 꿈에 대한 갈망과 자신의 능력을 유명으로 부화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숨겼을까. 그에 반해 나는 삶을 살면서 어떠한 것을 목숨 걸고 일구었던가, 그저 희망만 가득한 게으름으로 내면의 외침을 꽁꽁 감추진 않았나 다시 한번 고뇌해 보게 된다.
태어났을 때부터 유명하고 인생이 잘 풀리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없다고는 안 하겠다). 모두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인과관계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 뒤로 나는 그들을 질투하기보다, 유명함을 과시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들의 행보를 동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걷지 못한, 그리고 감히 걷지 못할 보이지 않는 노선을 묵묵히, 용맹하게 걸어 다니고 있으니, 그 과정의 결과가 유명함이라면 그에 대한 대가는 자신이 일궈왔던 씨앗의 결실이니 마땅히 받는 것이 맞다고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가꾸었다.